유영철, 오원춘 같은 극악 범죄자의 이름을 들으면 왠지 '그럴 것 같은' 이름이라고 생각하게 된다. 선입견이라 볼 수 있다. 방탄소년단 멤버 본명이 유영철이었다면 콘서트마다 '유영철 사랑해'를 수놓은 응원 현수막이 걸릴 테니까. 고유정도 따지고 보면 흔한 이름이다. 이름과 사람은 큰 상관이 없는 듯하다.
하지만 우리는 이름으로 많은 것을 상상한다. 이름은 그 사람이 지닌 이름표이자 명함이다. 이름은 얼굴 다음으로 중요한 첫인상이다. 연예기획사는 돈을 들여 소속 스타의 예명을 짓는다. 인상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름이 운명을 결정한다는 성명학은 비과학적이다. 그러나 운명까진 아니어도 엄연히 삶에 영향을 미친다고 나는 믿는다.
독자는 소설 속 인물 이름으로 많은 것을 상상한다. 이름이야 어떻든 잘 살면 되는 현실 인간과 달리 소설 인물은 이름도 특징이다. 팬을 사로잡는 예명처럼 독자를 사로잡아야 한다. 이름은 너무 평범해도 너무 튀어도 곤란하다. 등장인물의 이름을 어떻게 지을 것인가.
다양하고 성격에 맞게 짓는다
안타깝게도 독자는 인물의 이름과 성격을 연관짓는다. 그러므로 어느 정도 기대에 맞는 이름을 지어야 한다. 김태풍이라는 사람이 살인마가 되지 말라는 법은 없다. 그러나 김태풍이 사람을 죽이고 다닌다면 좀 우스꽝스럽다. 인공지능 빅데이터 전문가 윤말숙도 고개를 갸웃하게 만든다. 예상을 역이용해 반전을 선사할 수도 있으나 '기대'가 전제라는 점은 변함없다.
이름은 어울리면서도 다양해야 한다. 소설 속 등장인물의 성격이 천편일률이라면 재미없다. 마찬가지로 이름도 죄 비슷하면 재미도 없고 구별도 안 간다. 종이에 인물의 이름을 써놓고 분위기가 전부 같지는 않나 생각할 가치가 있다.
시대와 환경에 맞게 짓는다
11세기 개성 농부의 이름이 '최빛나리'라면 작가는 아주 많은 설명을 해야 할 것이다. 200년 전만 해도 많은 사람은 성이 없었다. 어린이가 자주 죽던 시대엔 일부러 이름을 늦게 지어줬다. 이름을 짓기 전엔 저승사자의 관심을 끌지 않기 위해 '개똥이'처럼 흔하고 비천한 이름으로 불렀다. 현대에도 년도마다 붙는 이름이 다르다. '점례'나 '숙자' 같은 이름은 현재 유치한 이름으로 취급되고 놀림도 받을지 모른다.
주변환경도 사람의 이름을 결정한다. 항렬마다 돌림자를 쓰는 집이 많다. 부모가 독실한 신자라면 '창조'나 '소망'이라는 이름을 지어줄 수 있다. 집안 분위기가 자유로우냐 경직되었느냐에 따라 이름도 바뀔 것이다. 요즘 태어난 아기에게 '강호순'이라는 이름이 붙는다면 부모가 세상에 관심이 없거나 무책임할 확률이 높다. 작명소에서 이름을 받는 부모가 있다면 아무렇게나 두 글자 붙이는 부모가 있다. 이를 잘 살리면 이름에 설득력을 줄 수 있다.
너무 튀지 않게 짓는다
스포츠 만화 주인공 이름이 '태풍', '질주'이던 시대는 끝났다. 독자는 세심한 설정을 보며 자신도 지적인 사람이 되길 원한다. 유치한 이름으로 읽는 자신의 수준을 낮추고 싶진 않다. 동화나 일일연속극을 쓸 것이 아니라면(동화는 어린이들이, 일일연속극은 주부들이 열심히 봐 주지만 당신 소설은?) 어느 정도 현실성 있게 이름을 짓자.
인물 이름을 짓기
내가 아는 사람의 이름을 지으면 첫째, 집중이 잘 안 되고 둘째, 그 사람이 나중에 따지거나 고소할 수도 있다. 무작위 이름을 짓고 싶다면 교양서적, 학위논문을 추천한다. 책 뒤편 참고문헌을 쓴 사람의 이름을 쓰면 너무 유명한 작가 이름을 가져올 걱정도 없다. 물론 위에서 말한 조건을 따져보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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