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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찬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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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딧짤방번역) 03년생과 04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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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딧짤방번역) TV판과 극장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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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딧 번역 2022. 1. 30. 2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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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딧짤방) 델타 오미크론의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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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설찬범

특이 지샥 모음

시계 2021. 6. 26. 18:09

안녕하세요. 다시 돌아온 시계 시간입니다. 지난번에는 카시오 에디피스 찬양을 한번 한 적이 있는데요. 이미 하나 장만해서 언젠가 리뷰를 올릴 생각입니다. 에디피스도 좋지만 카시오의 근본은 역시 지샥 아닐까요? 어쩌면 지샥이라는 브랜드 이름이 카시오라는 회사명보다 더 유명할지도 모릅니다. 특유의 '울퉁불퉁 혹은 네모반듯' 디자인으로 유명한 전자시계죠. 저는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사람들이 잘 모르는, 특이한 지샥이 없을까 하고요. 그래서 준비했습니다.

1. 가장 얇은 지샥. GA-2100
지샥은 심플과는 거리가 있는 브랜드죠. 탄생부터 충격에 잘 견디는(그래서 이름에도 Shock이 들어간) 시계를 목표로 디자인한 시계기에 지샥은 최소한의 몸집은 갖추어 왔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지샥이 얇은 모습으로 환골탈태하니 바로 GA-2100입니다.

 



이놈은 정팔각형인 것도 범상치 않습니다. 지샥은 태어날 때엔 사각형에 가까운 팔각형이었는데. 베젤 두께는 겨우 11.8mm입니다. 이 별종은 G-Shock이라는 문구만 없었다면 다들 타 브랜드에서 낸 시계로 생각했을 겁니다. 다행히 탄소 섬유 구조로 Shock도 잘 대비하고 있는 듯합니다. 정가 약 12만원(재고가 모자라서 그런지 프리미엄이 세구뇽)


2. 가장 배터리가 긴 지샥
카시오 시계 단일종 중에 유일하게 나무위키 항목이 있는 시계를 아십니까? 그 시계는 바로 F-91W입니다. 일명 테러리스트 시계라고도 불리며 1만원에 달하는 어마어마하게 싼 가격, 거기에 만 원짜리라고는 믿을 수 없는 어마무시한 가성비를 자랑합니다. 이 녀석의 배터리 수명은 공식자료에 따르면 약 10년. 물론 라이트나 알람 등 기능을 건드리지 않아야 나오는 이상적인 수치입니다. 실제로는 5~7년 정도라고 하는데요.

지샥은 대부분 배터리 수명이 1~2년입니다. 다른 회사 시계도 웬만하면 1~2년 정도 가죠. 그런데 여기가 어딥니까. 카시오 아닙니까. 공식 홈페이지 모든 시계에 다 배터리 수명을 적어놓는 회사입니다(이런 회사 거의 없습니다). 찾아보니 공식 배터리 수명이 5~10년인 지샥들도 있더군요.

 



G-2900(10년, 근데 디자인이 영...), GD-X6900(10년. 이건 기본 둥그런 지샥과 비슷하군요), DW-D5600(10년. 기본 지샥과 비슷하지만 특유의 '쇠막대'가 있습니다), DW-D5500(10년, 누가 한 번 밟은 듯한 모습 같기도)이 긴 배터리 수명을 지녔다고 합니다. 이 모델들은 대개 우리나라에는 재고가 거의 없었습니다. 게다가 지샥은 배터리보다는 멋짐으로 차는 분들이 많잖아요?


3. 콜라보
콜라보는 시계업계에서 흔한 일입니다. 태그호이어도 하고 롤렉스도 합니다. 상식과는 다르게 비싼 브랜드에서 더 열심히 하는 것 같기도 합니다. 지샥은 대중적인 시계라 그런지 콜라보가 많습니다. 빅맥과도 하고 컨버스와도 하고 원피스(만화)랑도 합니다. 우리나라에서는 몇 달 전에 카카오 라이언과도 콜라보를 했죠. 최근에는 미국에서 맥주 브랜드 버드와이저와 콜라보를 했습니다. 빅맥까지는 이해가 되는데 맥주라니?

 



일본엔 아예 커스텀 지샥을 만들어주는 업체도 있습니다. 자신만을 위한 디자인을 입히거나 메탈을 박아넣는 등, 이미 수많은 디자인이 존재하는 지샥으로도 만족을 못 하시겠다면 추천 드립니다.


4. 가장 싼 지샥
돈돈돈. 언제나 돈이 문제입니다. 지샥도 자본주의 상품이라서 돈이란 게 없으면 구할 수가 없답니다. 그래서 가장 싼 지샥이 뭔지 알아봤습니다. 결과는 당연지사. 지샥의 근본이라 불리는 두 모델, DW-6900, DW-5600이 제일 저렴했습니다. 둘 다 7~8만 원대입니다. 둘 중에 고르라면 저는 당연히 5600을 고를 겁니다. 아무리 싼 맛이라지만 6900의 그 둥글기만 한 디자인은 디지털과 어울리지 않습니다.

 




5. 가장 비싼 지샥
그럼 가장 비싼 지샥은 얼마냐? 찾아보니 G-D5000-9JR이 있었습니다. 지샥 30주년을 맞아 나온 이 금빛 시계는 말 그대로 18캐럿 금을 칠해 만들었습니다. 전세계에 35개밖에 내놓지 않아 더욱 비쌀 것 같은 이 시계. 가격은 약 7만 달러. 우리 돈으로 약 8천만 원 정도입니다. 아마 국내에는 소유자가 없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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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설찬범

싸구려 시계를 살 때조차 알아야 할 것

시계 2021. 5. 30. 14:00

 

서론
처음 시계를 산 게 작년입니다. 사회인이 되기도 했고, 휴대폰 중독을 끊으려면 휴대폰을 볼 이유를 줄이라고 해서 휴대폰 대신 시계를 보려고 하나하나 알아봤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시계에 푹 빠져버리고 말았습니다. 비싼 시계 하나 없는 사람이 푹 빠졌다니 이상하긴 합니다. 그래도 제 나름대로 시계에 빠져 살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여러 시계를 구경해 봤고 또 샀습니다. 이쯤에서 시계를, 정확히는 10만원대 이하 시계를 살 때 알아볼 점을 알려드리겠습니다. 시계 업계에서 10만원이면 가격으로 쳐주지도 않는 초초저가입니다. 초초저가 시계라도 알아보고 사야 나중에 후회를 덜 하지 않겠습니까.


목적
시계를 왜 사는지 생각해봅시다. 저처럼 시간을 보기 위해서라면 가볍고 정확하고 배터리가 오래 가는 시계가 필요합니다. 군입대를 앞둔 사람이라면 충격과 물에 잘 버티는 시계를 사야 합니다. 패션에 관심이 많다면 당연히 멋진 시계가 맞을 것입니다. 시계를 사는 목적은 크게 셋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실용, 패션, 과시입니다. 이중에서 과시는 패션과 비슷하지만 멋짐과 동시에 가격을 남들에게 보여주는 목적입니다.(10만 원 이하 시계를 사면서 과시를 따질 필요는 없긴 합니다)

브랜드
시계를 잘 만드는 회사가 있고 못 만드는 회사가 있습니다. 유명한 회사가 있고 아무도 모르는 회사가 있습니다. 인지도 낮은 회사의 시계를 싸다고, 멋지다고 함부로 사면 안 됩니다. 1년 쓰고 버릴 거라 상관이 없다고요? 그 시계가 다음 주에 멈출지도 모릅니다. 다음 달에 오차가 1시간이 날 수도 있습니다. 물 한 방울에 꺼질 수도 있습니다. 알리익스프레스 등에 깔린 수많은 중국 브랜드 시계들. 그 시계들이 모두 나쁘진 않겠지만, 원한다면 시험해 보시죠.

인터넷에 브랜드를 검색해 보세요. 믿을 만한지 실제 여론과 리뷰를 찾아보세요. 카시오, 포체 같은 알려진 브랜드라면 이런 조사를 하지 않아도 되어 좋습니다.

그렇다고 비싼 회사 시계가 정교하냐? 그것도 아닙니다. 몇 백만 원 짜리 시계들도 패션과 값어치에 집중해 정교함과 단단함이 떨어지기도 합니다.


작동방식
시계가 움직이는 방식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디지털, 아날로그는 '시간을 표시하는 방식'이니 헷갈리지 마세요)

기계식은 말 그대로 기계, 즉 부품들이 톱니바퀴처럼 돌아가며 작동하는 시계입니다. 쿼츠식은 배터리로 가는 시계입니다. 기계식이 더 비싸고, 고급스럽고, 더 충격에 약합니다. 기술이 발전해서 이제는 쿼츠식이 기계식을 추월한 지 오래입니다. 그래도 그 '간지'와 '로망'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여전히 기계식을 삽니다. 하지만 여러분이 실용적인 시계를 사신다면 단연코 쿼츠식을 사셔야 합니다.

무브먼트
차에 엔진이 있다면 시계에는 무브먼트가 있습니다. 무브먼트는 시계를 작동시키는 핵심 부품입니다. 무브먼트는 일본과 스위스에서 많이 만듭니다. 국산 시계도 무브먼트는 일본제인 것이 많습니다. 불매운동 하실 분들은 참고.


디자인
디자인이야말로 저보다 이 글을 읽으시는 여러분들이 더 잘 아시리라 믿습니다. 저는 여러분들이 어떤 취향을 지녔는지 모릅니다. 따라서 몇 가지 참고사항만 알려드리겠습니다(참고로 시계도 자본주의가 적용되는 제품입니다. 비쌀수록 멋지다는 말입니다).

1. 스트랩도 보기 - 스트랩도 엄연한 시계 부품입니다. 재질을 보세요. 땀이 많다면 가죽시계는 곤란할 수 있습니다. 시계 본체와 잘 조화되는지 두께 등을 보세요.

2. 손목에 찬 모습으로 따지기 - 시계를 책상 위에 늘어놓고 살지는 않으실 거죠. 손목에 감았을 때 어떤 모습일지 생각해 보세요. 본인이 주로 입는 옷과 매치가 잘 되나요?

3. 여러 사진 찾아보기 - 실물을 차보는 게 확실합니다. 인터넷에서 사진을 보실 거라면, 되도록 다양한 사진을 보세요. 조명과 구도에 따라 같은 모델도 모습이 천차만별입니다. 조명을 너무 반사하지는 않는지, 컬러가 의외로 안 어울릴 수도 있습니다.


방수에 대한 오해
저한테는 지샥 GMA-B800가 있습니다. 지샥 홈페이지에 가면 미국 서퍼 말리아 마누엘이 찍은 광고를 틀어줍니다. 건강한 갈색 피부 서퍼가 지샥을 차고 수영하고 서핑하는 모습이 나옵니다. 와. 저 모델 방수성능은 정말 대단한걸. 설명서를 보니 방수성능이 200미터라니.

방수성능은 m와 bar로 표현합니다. 1bar=10m입니다. 방수성능이 5bar라면 물 50m에 해당하는 수압까지는 버틴다는 소리입니다. '생활방수'는 3~5bar정도를 그렇게 표현합니다.

그러나 시계 방수는 믿을 게 못 됩니다. 시계는 물과 상극입니다. 물 한 방울도 시계를 죽일 수 있습니다. 물 30m를 버틴다구요? 물 틀어놓은 수도꼭지에 한 번만 대도 시계는 죽습니다. 생활방수는 손 씻을 때, 비 올 때 튀는 물 몇 방울 정도만 막아줍니다. 정말 물을 막고 싶으면 최소 방수성능 100m는 되어야 합니다. 저는 사실 100m도 못 믿겠습니다. 지샥을 찬 채 바다를 헤엄치던 광고가 맞을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전 그걸 재현하고 싶지가 않네요.


배터리
쿼츠식 시계를 사신다면 배터리 성능도 따져야죠. 이 점에서 카시오는 참 좋은 제조사입니다. 모든 모델의 배터리 수명을 적어놨으니 말입니다. 이것조차 적지 않은 시계 회사가 얼마나 많던지. 적어놓지 않은 시계들은 대략 1~2년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카시오나 세이코 모델 중에는 배터리 수명이 10년이 것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 말도 곧이곧대로 믿지 마세요. 아무 기능도 쓰지 않고 가만히 버려두면 10년을 갈지도 모르겠죠. 하지만 알람도 쓰고 LED라이트로 밝히다 보면 수명이 줄어들기 마련입니다. 10년 배터리 수명은 현실적으로 약 5~7년 정도 버팁니다.

게다가 그동안 소매점에서 보낸 기간도 고려해야 합니다. 전자시계는 제작하자마자 켜져서 출고됩니다. 여러분이 산 시계가 몇 년 동안 소매점에 켜진 채로 살았는지 모릅니다. 타이맥스 제품은 산 사람이 포장을 뜯고 작동시켜야 움직이기 때문에 이 점에선 공평(?)합니다.

기타
그밖에도 다양한 요소가 있습니다. 라이트가 잘 나오는지 알아보세요. 카시오는 ILLUMINATOR가 아닌 단순 LED라이트는 빛이 꽤 약합니다. 쇼핑몰은 어떤가요? 정품 보증서를 주나요? 병행수입하는 회사인가요? 병행수입 시계는 값이 싸지만 무상A/S 등 서비스를 포기해야 합니다. 날짜 표기 방식은 어떤가요? 오토 캘린더는 말 그대로 날짜를 다음 날로 알아서 넘겨주는 기능에 불과합니다. 오토 캘린더는 윤년을 모릅니다. 풀오토 캘린더는 미리 날짜를 다 입력해서(예를 들면 2099년까지) 윤년도 걱정이 없습니다.

마지막. 지름신
정말 사고 싶은 시계가 있다고 해 봅시다. 과연 이걸 사야 할까요? 시계가 이미 있는데? 시간은 휴대폰으로 보면 되는데? 이 돈으로 국밥이 몇 그릇인데?

비싼 시계나 시계라고 불리지, 싼 시계는 어디 가서 알아주지도 않습니다. 그래도 정말 사실 건가요?

사기 전에 한 번만 생각해 보세요. 콩깍지가 씌인 걸 수도 있습니다. 아니라면, 한 번 사셔서 즐겨 보세요. 그리 비싼 시계도 아니지만, 하루 이상 만족을 주었다면 가성비는 이미 획득한 게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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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시오 에디피스의 유혹  (0) 2021.05.23
Posted by 설찬범

카시오 에디피스의 유혹

시계 2021. 5. 23. 13:22

카시오의 숨은 진주

카시오는 시계 팬들에게는 이름만 알려진 기업입니다. 군 입대 예정자에게는 방수시계 잘 만드는 기업이고요. 그나마 지샥으로 인지도가 있는 곳입니다. 카시오 시계 브랜드 중에서는 지샥이 제일 유명합니다. 오늘은 지샥보다는 덜 유명하지만 모르기엔 아까운 브랜드를 소개합니다. 바로 에디피스입니다.

 

 




레이싱을 소재로 한 시계

에디피스는 카시오에서 내세우는 다기능 크로노그래프 브랜드입니다.
크로노그래프란 시계 화면에 조그맣게 있는 시계 속 시계입니다. 요일을 표시하거나 스톱워치 기능을 수행합니다. 멋지기 때문에 몇몇 브랜드는 폼으로만 박아넣거나 그냥 인쇄(!)만 해놓기도 합니다. 에디피스 공식 홈페이지에서 설명을 보면 에디피스는 '지금 이 순간을 사는 사람들을 위해, 속도와 시간의 가치를 중시하는 시계'라고 합니다. 에디피스는 F1 레이싱을 콘셉트로 한 브랜드로, 실제 레이싱 스폰서를 맡기도 합니다.

 

 



에디피스의 눈물겨운 콘셉트 살리기에는 '타키미터'가 있습니다. 타키미터는 이동속력을 재는 일종의 속도계입니다. 어차피 실생활에서는 쓸 일이 없고, 레이싱을 할 때는 계기판을 보지 시계는 안 보니까 의미가 없습니다. 그래도 콘셉트를 살리려는 모습은 일관적이긴 합니다(모든 에디피스에 타키미터가 있는 건 아닙니다).

에디피스는 싼 모델이 10만 원 대입니다. 저한테는 10만 원도 저를 벌벌 떨게 만드는 금액이지만, 시계 세상에서 10만 원 정도면 거저나 마찬가지죠. 에디피스는 시티즌, 세이코 알바와 함께 저가 크로노그래피 메탈 라인에 속해 있습니다. 혹자는 에디피스가 오메가 스피드마스터 따라쟁이라고 주장합니다. 몇몇 모델은 솔직히 너무 닮았습니다. 그래도 스피드마스터는 기본이 100만 단위가 깨지는 시계라서 저에겐 에디피스가 유일한 '스피드 마스터'입니다.

사실 에디피스 디자인이 100% 맘에 들진 않습니다. 에디피스가 자랑스러워하는 그놈의 '크로노그래프'가 몇몇 모델에선 부담스럽습니다. 속도계를 표현하려는지 여러 색이나 그라데이션까지 줬는데 솔직히 부담스럽습니다. 하지만 크로그래프야말로 시계의 꽃이라고 생각하시는 분에게는 이것조차 아름다움이겠죠. 전 아닙니다.


카시오가 할 줄 아는 건
에디피스도 할 줄 안다

에디피스는 다른 '비싼' 카시오 모델들처럼 스마트폰 연동을 지원합니다(다는 아닙니다). 용두를 두 번 빼는 기능도 있습니다. 용두를 한 번 빼고 또 한 번 빼서 여러 수치를 조절할 수 있는 것이죠. 카시오는 이렇게 여러 기능을 충돌 없이 구겨넣는 기술을 '스마트액세스'라고 일컫는 모양입니다. 다기능 시계는 다른 회사에도 많습니다. 저야 뭐가 신기한지는 모르겠네요. 회사 차원에서 자랑하는 걸 보니 엔지니어들이 고생 좀 했나 봅니다. 아마 다기능을 '더 효율적으로' 수행하는 걸 스마트액세스라 부르나 보죠.


에디피스를 살 생각이라면

에디피스에서 제일 유명한 모델은 ECB-10D-2A일 겁니다. 이 모델은 일명 '에얄오크'라고 불립니다. 오데마 피게 사에서 만든 로얄오크와 비슷하다고 해서(특히 그 팔각형 베젤) 이런 이름이 붙었습니다. 몇 천 만원이 넘는 로얄오크에 비해 에얄오크는 비싸야 30만 원입니다. 인기가 있는 이유를 알 것 같기도 합니다. 누군가의 짭으로 인식되는 중저가 모델들의 현실도 알 수 있군요. 뭐 시계 업계에는 닮은꼴이 넘쳐나긴 합니다.

 

 



가장 싼 모델을 고르라면, EFV-C100D가 있습니다. 인터넷을 잘 뒤지면 10만원 이하로 살 수 있습니다. 에디피스치고 특이하게 크로노그래프 대신에 디지털 표시창이 있습니다. 제가 가지고 있는 지샥 모델을 떠올리게 하네요. 여기에 두꺼운 시계바늘까지 있네요. 이 모델은 돌연변이 에디피스인가 봅니다. 그래도 보세요. F-91처럼 10년 배터리를 달고 있습니다. 1) 돈을 아끼고 싶고 2) 크로노그래프가 부담스럽고 3) 오래 쓰고 싶은 분들께 추천드립니다.

 

 



신제품 라인업을 보니 EFS-S570D-1AUDF가 두드러집니다. 색칠한 크로노그래프가 없어서 깔끔합니다. 오히려 에디피스 특유의 디자인만 보다가 이걸 보니까 좀 허전하네요. 태양광 충전 시스템(터프솔라)은 마음에 들지 않지만 맘에 드는 분들도 계시겠죠. 슬림 케이스라 무게를 고민하는 분들께 더 어필합니다.

 

 




잊기엔 아까운 브랜드

카시오=지샥은 솔직히 맞는 공식입니다. 모든 공식에 예외가 있을 뿐이죠. 지샥만 꼽기엔 카시오에는 다른 브랜드도 있습니다. 오셔너스나 프로트렉도 유명하긴 하죠. 그래도 지샥 다음엔 에디피스라고 생각합니다. 사회초년생 여러분, 튀는 메탈을 원하시는 분들. 정장에 어울리는 메탈을 살 때 에디피스도 고려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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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설찬범

나는 나 자신의 독자다 (야마다 에이미)

예술가들의 창작법 2021. 1. 27. 21:20



야마다 에이미山田詠美

대표작 : 솔뮤직 러버스 온리, 풍장의 교실, 애니멀 로직, 슈거 앤 스파이스, 나는 공부를 못해

북쇼츠 인터뷰(2016)


    

야마다 에이미 씨의 신간은 <주옥의 단편珠玉の短編>. 멋진 작품 11편이 수록된 단편집입니다. 남녀의 우정부터 언어, 장편과 단편의 차이, 2차 창작에 대해서까지 충분한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신간 <주옥의 단편>은 아주 재밌게 읽었습니다. 11편 단편이 수록된 작품인데, 집필할 때 전체적으로 의식한 것이 있나요?


이번에는 '처음부터 말이 나오는' 단편집을 만들기 위해 말을 특히 의식했습니다. 제 소설에는 인간관계의 여러 에피소드나 장면을 골라, 그것을 말로 가득 채운다는 작품 등 여러 타입이 있습니다만, 이번엔 정말로 처음에 말이 나옵니다. 말이 제일 재밌는 도구라고 생각을 해서 썼습니다. 그런 와중에 제목이 먼저 제게 다가와서, 그 제목으로 말을 구사해 원고지 30장 세계를 어떻게 구축할까 하는 느낌이었지요.


-- 가와바타 야스나리 문학상을 받은 수록작 <생선 테루테루보즈生鮮てるてる坊主>는 제목과 내용 모두 인상 깊은 작품이었는데, 이 단편은 어떤 착상에서 탄생했나요?


<생선 테루테루보즈> 같은 경우는 제가 테루테루보즈를 보고 '이게 살아있으면 무섭겠다'는 감각을 느낀 게 처음이에요. 거기서 남녀의 우정이라는 요소가 나왔으니 어떤 은유로 그 제목과 사귀어 갈지를 생각하면서 말을 써갔습니다. 그러니까 이 소설이 그런 공포스러운 결말에 다다른다는 건 저도 끝까지 몰랐어요. 처음부터 마지막 정경이 떠오른 게 아니라 마지막 장면을 쓰는 순간에 '아 이래서 이 제목으로 첫 줄을 썼구나' 하고 연결이 됐죠.


-- 신기하네요


단편소설엔 꼭 그런 게 있는 것 같아요. 어쩌면 자각하지 못할 뿐 몸속에는 애초부터 마지막 장면이 들어 있었을지도 모르겠네요. 그것이 쓰고 있는 사이에 점점 꺼내지고, 다 쓴 후에 깨닫는달까.


-- <생선 테루테루보즈>는 남녀의 우정을 다루지만, 야마다 선생님 자신은 성적 관계를 뛰어넘은 남녀관계는 존재한다고 생각하시나요?


분명 존재한다고 생각해요. 다만 처음 만났을 때 조금이라도 부정한 열정이나 성적 어필을 느껴버린 이성과는 우정은 자라지도 성립되지도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걸 못 느끼는 데서 우정이 시작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죠. 뭔가 잘못되어 친구와 자버리는 경우도 있을지도 모르지만, 그것과 별개로 성적 이미지 밖에서 이야기를 할 수 있는 남녀관계는 분명 있습니다. 허나 그런 관계가 존재한다고 믿는 사람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믿는 사람에게 이해시키려고 해도 그건 몹시 어렵죠. 아마 영원히 어울리지 못할 거예요. 버릇과 같아 우리로서는 설명할 말이 없죠.


-- <생선 테루테루보즈>의 나미랑 니지코도 어울리지 못했죠. 꽤 어려운 문제네요.


니지코는 남편과 나미의 우정을 못 이해하는 자신에게 열등감을 가진 거죠. 내가 두 사람보다 약간 열등한 사람으로 간주되는 건 아닐까. 남녀 사이 우정이라는 주제는 앞으로도 영원히 회자되겠지만, 저는 니지코처럼 남녀 사이의 우정이라는 개념이 없는 사람을 개념이 있는 사람이 신경써야 한다고 생각해요. 남녀의 우정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일 수 없는 사람에겐 그게 깊은 질투와 미움을 낳는 원인이 될 수 있고, 그 결과 불행이 찾아올 수도 있으니까요. 그래서 신경 쓸 필요가 있어요. 그런데 그런 걸 신경 쓰지 않는 사람이 있으니 <생선 테루테루보즈>의 결말이나, 신문 3면 기사에 실리는 사건이 일어나 버리는 거죠.


-- 확실히 그렇네요. 이어서 표제작 <주옥의 단편>에서는 주인공이 '주옥'이라는 말에 홀립니다. 야마다 선생님도 어떤 말에 홀려 정의를 파고들어 정의를 작품세계에 반영해 나가는 게 있나요?


작품도 그렇고, 일상생활에서도 한 가지 말을 재밌어하는 때가 꽤 됩니다. '이 표현이 진짜 글자 그대로의 의미면 어떻게 되는 거야?' 이런 얘기에서 시작해 말을 장난으로 코팅해 나가는 놀이를 남편과 같이 많이 해요. '주옥'이라는 단어는 사실 제가 데뷔했을 때부터 아주 격한 섹스 이야기를 써도 게재지 목차에 '주옥의 단편'이라고 붙는 일이 계속됐어요. 당시엔 화가 치밀었지만, 경력을 쌓은 지금은 '그렇담 철저하게 주옥 같은 말을 가지고 놀 수 있지 않을까?'라고 생각해요.  그렇게 즐길 수 있게 되는 재미도 있죠.


-- <젠틀맨>(2011)도 한 가지 말의 정의를 밝혀낸 작품 같은 인상을 받았습니다.


<젠틀맨>도 그랬죠. 말의 정확한 정의는 사실 하나일지도 모르지만, 현실에는 사람에 따라 전혀 다르니까요. 어떤 사람에겐 정확한 정의도 다른 사람에겐 다른 경우가 많을 수 있죠. <젠틀맨>에선 주인공에게 '젠틀맨'이란 어떤 정의일까 생각하면서 썼습니다. 세상에서 인식되는 말의 정의와 다르게 쓰는 것이 소설가로서 솜씨를 보일 대목이라고 생각해서, 사람에 따라 어긋나는 말의 정의를 항상 신경 쓰는 부분이 있습니다.


-- 말의 정의도 말로 할 수밖에 없으니까 힘들죠


그렇네요. 전 수식은 잘 못하지만, 언어란 수학적인 것이기도 하다고 생각해요. 명제에 대해  그 사람 나름대로 말을 수식처럼 점점 구축해 나가는 거죠. 그게 소설가의 개성을 형성해 가는 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


-- 이 작품에서는 사어도 몇 가지 픽업하셨습니다


그것도 제가 재밌어하는 것 중 하나죠. 죽은 말을 너무 좋아해서 일부러 씁니다. 죽은 말을 살려내서 철저하게 가지고 논다. 무덤 속 좀비를 끌어내는 것처럼(웃음). 좀비 영화는 그런 식으로 만들어지잖아요. 언어도 그런 식으로 새로운 종류의 작품이 나오지 않을까 생각해요.


-- <사바랭 부인> 첫머리엔 브리야사바랭의 '어떤 것을 먹는지 말해봐. 어떤 사람인지 알아맞혀 주지'라는 아포리즘이 인용되고 있습니다. 작품에선 동경하는 사람과 같은 것을 먹고 그 사람처럼 되고 싶어하는 주인공 소녀가 인상적이었습니다. 음식과 마음, 몸의 관계에 대한 생각을 물어볼 수 있을까요?


예를 들어 미국에선 남녀가 저녁을 먹고 나면 이제 당연히 침대로 가겠거니 하는 추세가 있듯이, 역시 음식이란 인간을 연결하는 중요한 수단이라고 생각해요. 거기선 얼마든지 드라마를 할 수 있죠. 몸에 흡입한다는 의미에서는 섹스와 완전히 같으니까요.


-- 그렇군요


예전에 어느 아는 작가와 이야기하다가 음식을 철저히 쓰는 작가와 옷을 철저히 쓰는 작가가 나뉜다는 화제가 떠올랐어요. 특히 여성 작가는 그런 경향이 강하죠. 저는 음식을 쓰는 편이라 디테일을 다양하게 내지만, 주인공의 옷은 거의 쓴 적이 없어요. 반대로 주인공을 묘사할 때 옷을 쓰는 작가는 음식에 대해 잘 쓰지 않아요. 아까 남녀의 우정 이야기처럼, 거기엔 통하지 않는 부분이 있어요. 하지만 통하지 않기에 서로 감화하기도 하고 재밌죠.


-- 그 차이점은 뭘까요?


결국 음식을 쓸지 말지는 내장을 쓰고 싶은지 쓰고 싶지 않은지 같은 것이라고 생각해요. 영어로 내장을 뜻하는 guts(거츠)는 마음이라는 뜻도 있으니까요. 거츠를 쓰고 싶은지 쓰고 싶지 않은지. 스토리를 쫓느냐 안 쫓느냐보다는, 인간의 내면을 파헤쳐 소설을 쓰느냐의 차이 같습니다.


-- 나츠코는 와카츠키라는 남자를 맛보고 사람이 크게  달라졌는데, 어떤 맛이었는지 궁금했죠(웃음)


바보 같은 송이버섯(웃음). 나츠코의 경우는, 지금까지 자신이 소중히 생각해 온 것이나 믿어 온 가치관을 크게 바꿀 만한 상대를 만난 게 아닐가 생각합니다.  값비싸고 공들인 음식보다는 자신의 가치관을 바꿔주는 맛. 나츠코는 그렇게 아주 새로운, 지금까지 경험한 적 없는 맛을 알아 버렸죠. 그것도 일종의 맛이니까요.


-- <자기교>의 주인공인 미코가 설립한, 자기가 신과 교주와 신자를 겸임한다는 '미코쨩교'가 매우 독특했습니다. 이 아이디어는 어디서 왔나요?


저는 '혼자서 어떻게든' 이런 걸 생각하길 엄청 좋아하거든요. 여러 가지가 자둥동체인 지렁이처럼 전부 혼자서 완결지으면 재밌지 않을까 싶거든요. 소설가도 어떻게 보면 '1인 종교'라면서요. 취재하는 것도 쓰는 것도 읽는 것도 모두 자기 자신이니까요. 그렇게 전부 혼자서 세계를 구축한다는 걸 정말 제멋대로인 쾌락이라고 느낍니다. 그런 '혼자서 어떻게든'을 작품으로 하면 재밌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한 것이 <자기교>의 최초였습니다.


-- 미코는 격렬한 괴롭힘이 아니라 동정심을 받는 걸 견디지 못해 특수능력이 개안된 것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불쌍해'라는 동정심으로 최후의 보루인 자존심이 파괴되는 건 가장 큰 굴욕이라고 생각해요. 그와 동시에 마지막 장면에서는 같은 말이 남녀 사이 쾌락의 장치가 되기도 합니다. 가장 굴욕적인 장소에 내팽겨쳐지는 말과 가장 높은 쾌락으로 올려주는 말이 같은 '불쌍해'죠. 예를 들어 '바보'라는 말도 모르는 사람이 들으면 굴욕이지만, 연인이 들으면 굴복하는 쾌락 같은 걸 느껴서 기분이 아주 좋잖아요(웃음). 말하는 사람에 따라 말의 뜻이 달라진다. 그런 걸 표현하고 싶었어요.


-- '처음부터 말이 나온다'처럼 작품 11편 전체에 공통된 게 있나요?


하나의 말에서 에스컬레이트해서 멈추지 않는 거죠(웃음). 현실에 있는 이야기엔 전혀 개의치 않고, 전부 말로만 진행시켜 나가죠. 말은 이상함, 바보같음 말고도 동시에 사람에게 임팩트를 주는 힘을 지니고 있습니다. 단편집 전체에서 말이라는 게 이렇게 바보 같고 재미있고 중요한 여러가지 가능성을 느끼셨으면 합니다.


-- 단편과 장편을 쓸 때의 차이에 대해, 야마다 씨께선 일찍이 다른 인터뷰에서 '단편을 쓰는 것은 S의 기쁨일지도 모른다. 장편은 M의 기쁨.'이라고 하셨습니다. 이번 단편집을 쓰실 때도 비슷한 느낌이었나요?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네요. 말에 농락당하면서도 그 말을 농락하겠다는 느낌이었어요. <자기교>와도 엮일지 모르겠네요. '쓰는 건 나니까'라는 기분이었죠. 하지만 되튀김이라는 말도 있고, 결국 거기서 벗어나죠. 그런 것에 재미가 좀 생기지 않을까 싶어요.


-- 저희 북쇼트는 '동화, 민담, 소설 등을 바탕으로 창작한 단편'을 공모하는 기획입니다. 야마다 선생님은 이번 <주옥의 단편>에 사노 요코 씨의 그림책 <100만 번 산 고양이>를 모티브로 한 <100만 번 죽이고 싶은 허니, 스위트 달링>을 수록하셨고, 다니자키 준이치로의 <미친 사랑>을 바탕으로 <현자의 사랑>도 쓰셨습니다. 선행 작품을 기초로 새로운 작품을 만드는 것에 대한 생각을 여쭤봐도 될까요?


이게 '자기교'가 안 되니까 어려운 부분이긴 하네요. 리스펙트하면서 시비를 거는 고급 기술이 필요해요. 리스펙트에만 치중해도 싸움을 거는 것만 해도 안 되죠. 그 밸런스를 잘 맞추기 위해서 의식적으로 썼습니다.


-- 균형 잡기가 어려울 것 같네요. 원작에 너무 끌린다거나


원래 작품을 따르려 할수록 내 안의 '나는 다르다'는 감각이 나오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걸 제대로 마주보지 않으면, 오마주를 하려다 오마주된 실패가 되어버립니다. 불손하단 걸 알면서도 절대 지지 않겠다는 마음으로 쓰지 않으면 안 됩니다. 내가 그 작품에 다시 한 번 숨을 불어넣겠다는 도전의 마음을 가져야죠. 제가 <현자의 사랑>을 쓸 때는, '다니자키 씨에게 싸움을 거는 정도로 써요'라고 담당 편집자에게 전했습니다. 그 정도로 진지하게 임하면, 져도 기분 좋은 마조히즘의 쾌락이 나옵니다(웃음). 승패는 관계없다고 생각하게 되죠.


-- 그럼 마지막으로 소설가를 꿈꾸는 분들께 메시지를 남겨 주시겠습니까?


책을 안 읽으면 안 되겠죠. 대부분의 일본인이 읽고 쓸 줄 알아서 착각하기 쉬운데, 트레이닝을 하지 않으면 소설을 쓸 수 없습니다. 스무살이 되고 나서 프로야구 선수나 발레리나를 목표로 하면 무리겠죠. 그것과 마찬가지예요. 그래서 결국 작가가 될 수 있을까 없을까 하는 생각은 초중학교 시절 독서량으로 결정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한 가지 가능성이 있다면, 소설 세계는 80세 신인이 있어도 되는 세계죠. 구로나 나쓰코 씨처럼 70세가 넘어 아쿠타카와 상을 수상하는 사람도 있죠. 비록 트레이닝을 시작한느 것이 늦어도 몸과 마음의 유연성 체조가 잘 되어 있으면 거기서도 늦진 않다고 생각합니다. 몇 살까지 무얼 해야 한다는 제한이 없는 세상이니까요.


-- 확실히 그렇네요


그래서 신인들의 소설을 읽으면, 자기 작품을 객관적으로 보지 못하는 사람이 많은 것 같아요. <자기교>처럼 글쓴이 자신이 독자가 되지 못하는 거죠. 그러다 보면 '나 소설 못 쓰는구나'를 알게 될 때가 와요. 그때부터가 진짜 시작이죠. 데뷔 전 저는 서투른 독서소녀여서 제 자신이 서투르다는 것을 알게 되었죠. 그래서 제자 첫 장만 한 몇 년을 계속 썼어요. 그랬더니 어느 날 독자로서의 제가 '이 소설이라면 읽을 가치가 있다'고 생각할 한 장을 쓸 수 있었죠. 제가 글 쓰는 자신을 용서할 수 있는 순간이 왔어요. 거기서 한 번에 100장을 썼어요. 다 쓴 게 신인상 마감 당일이어서 우체국까지 인생에서 제일 전속력으로 달렸죠(웃음). 그 작품이 데뷔작이에요.


-- <베드타임 아이즈>는 그렇게 태어난 거군요. 독자로의 자기 작품을 용서할 수 있을 때까지 몇 년이고


아주 많이 쓰고, 아주 많이 읽지 않으면 거기까지 갈 수 없어요. 몇 살에 그런 반응을 얻을 수 있는지도 모르겠고요. 하지만 데뷔를 서두르는 사람이 많죠. 특히 젊을 때는 '데뷔만 하면...'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지만, 그건 아무 이득도 되지 않는다고 가르쳐주고 싶네요(웃음). 앞으로 기니까요. 10대에 대뷔해서 그후로 이어갈 수 있는 사람은 정말 소수뿐입니다.


-- 그후로도 오래 써 나가는 사람과 한 작품으로 끝나버리는 사람의 차이는 어디에 있을까요


그건, 수수께끼죠(웃음).  수수께끼. 왜 와타야 리사 씨는 와타야 리사대로 계속 써올까요. 그건 슬프지만 재능일지도 몰라요. 동시에 적합성과 부적합성도. 작가 특정을 지닌 사람과 지니지 못한 사람. 작가라는 생물이 된 사람과 되지 않은 사람의 차이 말이죠. 이건 어쩔 수 없어요(웃음). 모르겠네요.

 

--감사합니다

저작자표시 (새창열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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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설찬범

보통 사람의 감각으로 (아카가와 지로)

예술가들의 창작법 2021. 1. 25. 21:40



작가 : 아카가와 지로(赤川次郎)


대표작 : 세일러복과 기관총, 세자매 탐정단 시리즈, 유령 열차


TSUTAYA 인터뷰 中(2018)


40년 이상 달리고 있는 원동력. 매력적인 캐릭터를 낳는 비결은

--40년 넘게 작가 일에 정력적으로 임하고 계십니다. 계속 달릴 수 있는 원동력은 무엇인가요?

작가에게는 휴일이 없으니까요. 전혀 쓰지 않는 날은 1년에 2, 3일 정도라고 생각합니다. 어쨌든 좋아서 하고 있는 것이라 힘들지 않은 겁니다. 좋아하지 않았다면 40년은 도저히 지속할 수 없습니다. 제가 신인상을 받을 당시에는 출판사에도 여유가 있어서 좋아하는 걸 쓰게 해줬어요. 저는 <삼색털 고양이 홈즈>를 낸 후에 샐러리맨을 그만두었습니다만, 그후로도 '미스터리가 아니어도 좋다'고 말해줘서 여러가지 쓸 기회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좋아하는 것을 원하는 대로 쓰고 있었기 때문에 계속할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아이디어가 샘솟는 순간은 언제인가요?

저는 클래식 콘서트나 가부키, 오페라 등도 자주 갑니다만, 역시 여러가지를 흡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작가는 직장인처럼 얽매이지 않지만, 자유는 흡수하기 위해 있다고 생각하기에 시간을 안 쓴다면 의미가 없어요. 재밌는 것을 보고 감동 받는 것이 되게 중요한 것 같네요. 그런 것에 돈을 쓰지 않는다면, 아무리 벌어도 아깝다고 생각해요.

-- 이 책의 아야코 씨처럼 매력적인 여성 캐릭터가 등장하는 것도 아카가와 씨 작품의 특징입니다. 매력적인 캐릭터를 만드는 비결은?

이젠 상상밖에 없네요(웃음). 그래도 젊은 편집자에게 자극을 받는 일도 많지요. 여러 세대 사람과 많은 이야기를 하면 재미있으니까요. 나머진 작가인 점이 특별하다 생각이 들지 않도록, '보통'이 되도록 유의하고 있습니다. 샐러리맨은 12년 하고 있었기 때문에 만원 전철이나 상사와 잘되지 않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도 일단 경험하고 있습니다. 보통 감각을 읽어버리면 독자들도 따라와 주지 않을 거라고 생각해요. 혹시 밖에서 편집자가 들어주더라도 집에 가면 부인과 딸이 다리를 잡고 끌어내리니까 균형이 잘 잡혀 있다고 생각합니다(웃음).

-- 시대가 변했는데, 앞으로도 어떤 작품을 쓰고 싶다고 생각하세요?

'이랬으면 좋겠다'는 사람들을 적어가고 싶습니다. 이 책에서도 영화를 찍는 사람들은 이랬으면 좋겠다는 스탠스로 썼습니다. 진짜 촬영현장은 물론 글대로가 아니고, 영화 만드는 구체적인 작업은 더 복잡합니다. 다만 영화를 만들고 있는 사람들의 정신적인 것, 영화에 대한 생각은 그렇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저작자표시 (새창열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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