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가 : 아야츠지 유키토(綾辻行人)
대표작 : 관 시리즈, 진홍빛 속삭임, Another
비즈니스플러스 스페셜 인터뷰
자기 자신이 읽고 싶은 것을 쓴다
천진난만하게 놀고 지낸 30년
30년 전인 1987년에 <십각관의 살인>으로 추리소설 작가에 데뷔한 아야츠지 유키토 씨. 트래블 미스터리나 모험 소설이 유행하던 당시, <십각관의 살인>은 '시대에 뒤떨어진다'고 불리기도 한, 트릭이나 명탐정에 의한 수수께끼 풀이에 중점을 둔 본격 미스테리였다. 그런데도 많은 팬을 낳은 히트작이 되었다. 이후 여러 본격 미스터리 작가가 나타나며 '신 본격 미스터리'로 불리는 운동까지 생겼을 정도다. 30년 전에는 항상 '굶주림'을 안고 있었다는 아야츠지 씨께, 당시부터 지금까지 <본격 미스테리>와의 관계를 들었다.
쓰고 싶은 대로 써왔다
제가 데뷔할 때만 해도 동시대 작가가 쓰는 본격 미스테리는 수적으로 적었어요. 서점에 가도 좀처럼 읽고 싶을 만한 타입의 추리소설을 못 찾았죠. 약간의 굶주림을 항상 안고 다닌 건 아닌가 생각합니다. 그래서 '그럼 내가 읽고 싶은 걸 직접 써보자'라고 생각했죠. 그렇게 해서 완성된 것이 <십각관의 살인>이었다고 해도 거짓말은 아닐 겁니다.
<십각관의 살인> 간행이 신호라도 된 듯이, 본격 미스터리를 쓰는 젊은 작가들이 속속 등장했습니다. 동세대 신인들이 속속 재밌는 작품을 발표하니 설렜죠. 제 데뷔는 26살 때였습니다만 당시엔 정말로 '읽고 싶다=쓰고 싶은 것'이라는 감각으로 썼을 뿐, 본격 미스터리를 다시 부흥시키고 싶다든가 하는 큰 것은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지향이 비슷한 작가들이 계속 데뷔하는 사이에 추리소설계 전체 정세가 변해갈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부풀었습니다.
이렇게 한때 쇠퇴한 본격 미스터리라 다시 주목받으며 '신 본격 미스터리'라고 불리는 운동이 된 것입니다. 그 당시 일본 추리소설은, 여러가지 사회 경험과 인생 경험을 쌓은 '어른 작가'가 자신의 경험과 지식을 살려 '리얼한 어른의 소설'을 쓴다는 인식이 일반적이었습니다. 저나 저에 이어 나온 작가들 같은 20대 젊은이가, 현실에 있을 수 없는 큰 트릭에 도전하거나 절해고도와 눈보라 치는 산장이 무대인 퍼즐적 수수께끼 소설을 쓰거나 해서 발표하는 일은 정말 드물었어요.
처음엔 그런 방향성에 쓴소리를 하는 선배 작가나 평론가도 적지 않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별로 신경 쓸 것 없이 기본은 역시 '내가 좋아하는 것'을 계속 썼어요. 현실에서 결코 일어날 수 없을 듯한, 터무니없는 이야기를 읽고 싶었고 쓰고 싶었다. 그렇게 자칫하면 좁은 의미에서의 리얼리티 중시로 얽힐 뻔한 미스터리의 자유도를 높이고 싶었습니다. 다행히 그런 작품을 환영해주는 독자가 많이 있어서, 저희는 지향성을 굽히지 않고 꽤나 자기 좋을 대로 계속할 수 있었습니다.
<신 본격 미스터리>의 효시로 일컬어지는 아야츠지 씨. 새로운 본격을 짊어졌다는 부담은 없었을까.
'부드러운 자연체'가 될 것
지나친 부담은 사실 별로 느낀 적 없었어요. 같은 교토대 추리소설 연구회 출신인 후배작가 노리즈키 린타로 씨한테 일찍이 "아야츠지 씨는 '대단한 자연체'군요"라고 들은 적이 있습니다. 신 본격의 톱 타자라든가 신 본격을 떠맡는다든가 하는 그리 대단한 건 깊게 생각하지 않고, '천진난만하게 논다'는 자세를 계속 유지해온 것 같습니다.
다만 오래 이 일을 계속하면 '대단한 자연체'가 되가 점점 어려워지는 것도 확실합니다. 사실 전 별로 '성장'하고 싶지 않거든요. 성장과 성숙이라는 것에서 되도록 먼 곳에 있고 싶은 인간입니다. 쭉 '미숙'인 채로, 천진난만하게 미스터리를 계속 쓰는 것이 이상적이죠. 그런데 연령과 커리어를 거듭함에 따라 어떻게 해서든 제가 쓰는 소설에서 '의미'나 '의의'나 '가치'를 찾아내게 됩니다.
예를 들어 젊을 적에는 '이런 황당한 이야기를 쓰면 무슨 의미가 있어?'라고 추궁당해도 '별 뜻 필요없지'라고 즉답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나이를 먹으면 아무래도 '의미나 의의가 있는 것'을 써야만 한다는 기분이 들어요. 근데 저에게는 그 '마음'이 왠지 멋없어 보이기도 하고... 그래서 어느 시기부터는 꽤 의식적으로 소설에 쓸데없이 '의미 부여'를 안 하는 노력을 해온 것 같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천진난만하게 논다는 기본 스탠스를 유지할 수 없을 것 같았기 때문이죠.
아야츠지 씨가 말하는 '천진난만하게 놀다'란 어떤 자세인 걸까. 구체적으로 물어보니, 아야츠지 씨에겐 '천진난만'이 집필에 있어서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거짓말'을 쓰는 게 일
나이를 먹고 경력을 쌓아도 순진을 유지하기. 이게 실은 꽤 어려운 일입니다만, 어떻게든 지금까지 그걸 유지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순진함'의 알맹이를 간단히 말하자면, 예를 들어 '이런 장치를 하면 독자는 반드시 놀라겠지' 같은 앳된 장난심이라든지(웃음). 독자를 깜짝 놀라게 하고 싶다, 놀래고 싶다는 생각이 아무래도 제 안에서는 아직도 큰 동기가 되는 것 같습니다.
새로운 작품에 착수할 때 '이건 놀랄 일이야' 하는 장치나 트릭을 생각해 내면, 독자가 놀라는 반응을 상상하고 기분이 대단히 달아오릅니다(웃음). 이런 점이 뭐, 미스터리 작가 일의 매력 중 하나네요. 나머지 이유는... 그래 누구한테도 폐를 끼치지 않는 일이다랄까요.
추리소설 작가는 거짓말을 쓰는 게 일이죠. 거짓말이라고 하면 일반적으로 이미지가 좋진 않지만, 저희가 쓰는 거짓말은 독자 여러분을 즐겁게 하기 위한 거짓말입니다. 자신이 재미있는 작품을 쓰려고 노력하면, 그만큼 여러분에게 즐거움을 줄 수 있죠. 결과적으로 그게 수입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다른 사람을 불행하게 하지 않는 좋은 일이라고 생각하게 되는 겁니다.
향후 새롭게 본격 미스터리를 담당하는 후배들에게 기대하는 것을 물으니 '유행에 구애받지 않았으면 한다'고 답한 아야츠지 씨. 그 진의를 자세히 물었다.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끝까지 따지다
본격 미스터리뿐 아니라, 작가를 목표로 소설을 쓰려는 사람은 세상의 유행이나 전례 등에 너무 현혹되지 않는 게 좋아요. 이 업계에서도 최근 마케팅이라는 말을 자주 듣습니다. 편집자에게 '지금은 이런 이야기가 유행하니까 같은 타입을 써 주었으면 한다'고 듣는 작가도 많은 듯합니다. 하지만 그렇게 유행을 따라가다 보면 오래 남는 작품이 안 된다는 게 제 의견이고 실감이에요.
<십각관의 살인>은 고맙게도 발표 후 30년이 지난 지금도 많은 사람이 읽고 있는 것 같아요. 그 이유 중 하나는 아마 그 작품이 당시 유행을 노리고 쓴 것이 아니었기 때문일 것이라 생각합니다. '나는 지금, 이런 미스터리가 읽고 싶다'는 생각을 최우선시한 결과, 같은 생각을 지닌 사람들에게 전해진 것이라고 생각하고, 그렇기 때문에 세월이 흘러도 별로 바래지 않는 작품이 되었나 싶습니다.
미스터리가 좋고 나도 쓰고 싶다고 하는 분은 자신이 미스터리라는 장르의 어디가 좋은지, 어떤 점에 최대 매력을 느끼는지를 곰곰이 생각해 보세요. 그러고 나서 아무튼 내가 제일 좋아하는 건 '이거'니까, 나도 '이거'를 써야 한다는 창작의 '심'을 지니면 좋겠어요. 그게 확실하면 결과는 저절로 따라오기 마련이라는 것이 제 경험 법칙입니다. 싹이 트기까지 시간이 걸릴지도 모릅니다만, 젊은 사람들은 시대에 영합하지 말고 '시대를 내게 끌어당긴다'는 기개로 임했으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