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쓰기 by 폴 애쉬튼
폴 애쉬튼
Paul Ashton. 전 BBC 라이터즈 룸 개발 프로듀서
글쓰기란 한 가지 문제다. 에너지와 아이디어와 창의력을 펑펑 들이붓는 것 말이다. 다시 쓰기란 다른 문제다. 당신이 해놓은 일을 가져와서 연마하고, 겉과 속을 뒤집을 준비를 하고, 만져야 할 부분과 그대로 둘 부분을 알아가면서.
여기엔 규칙이 하나뿐이다. 작가의 머리에서 훌륭한 상태로 완성되어 나오는 대본은 없다는 것이다. 쓰기와 다시 쓰기를 글이 마침내 종이로 나타나기 전에 하든, 종이에 대본을 써놓고 다시 써서 만들든, 희곡과 희극과 줄거리를 똑바로 세우는 일은 아주 아주 어려우며 저절로 되지 않는다.
초고를 처음으로 완성하는 일은 한 가지 문제다. 대본을 끝마치는 건 다른 문제다. 우리는 당신이 이 과정을 다루기 위해 시도할 만한 몇 가지 지침을 생각해냈다.
재방문
- 자신에게 시간을 줘라. 첫 초고를 완성했다는 느낌이 들면, 최소 2주는 서랍에 넣고 있어라. 두 달이 이상적이다(정말 자신감이 넘친다면 여섯 달). 미리 정한 날짜/시간, 당신이 아무 방해 없이 집중할 수 있을 때까지는 절대 쳐다보지 마라.
- 그 날이 오면, 일단 방해가 없는지(진공청소기를 돌리거나 페이스북을 확인하거나 점심을 먹을 필요가 없는지) 확실히 하고 차/커피 한 잔을 놓고 앉아라(무슨 독을 좋아하든 상관없다. 하지만 술은 절대 안 된다). 작품을 읽되 절대 메모하거나 지적하지 말고 끝까지 읽어라. 어딘가의 독자가 읽듯이 읽어라.
- 다시 서랍에 넣고 기다린다(최소 하루). 뇌가 시간을 보냈으면(운이 좋게 잠도 잤으면), 앉아서 떠오르는 것들을 경고문처럼 메모한다. 솔직해져야 한다. 모든 것을 떠올릴 필요는 없다. 큰 것만 떠올려라.
- 이제 빨간펜과(빨간색이 좋다. 지금은 편집 모드니까) 공책을 갖고 앉을 준비가 되었다. 필요한 모든 메모를 남기며 당신 글을 읽어내릴 준비도.
- 메모가 완성되면, 처음으로 돌아가서 메모들을 관련 있는 것끼리 구역/종류별로 재정렬/맞춤한다. 이러면 의식적으로 고치는 것을 넘어 구조화하고 달성 가능한 계획 속에서 고칠 수 있다. 구역마다 한 번씩 딴지를 걸어라. 그저 처음에서 끝을 다시 쓰는 대신 반복적으로 다시 찾아가며 문제를 하나씩 해결할 수 있다.
피드백
- 솔직하고 지적이고 편견 없이 피드백을 줄 사람이 있는가? 있다면 두세 명을 찾아서 평가를 부탁한다. 그들에게 말하기 전에 읽고 소화하고 생각할 시간을 주면 좋다. 요점을 적게 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대화를 이리저리 하다 보면 헷갈리고 말 안 통하고 오해하는 생각이 뭉쳐 거대한 불안덩어리로 커지며 진흙탕에 빠지기 때문이다. 그들의 평가 중 다른 부분을 비교해라. 당신 대본에 대해 아주 다른 말을 해도 놀라지 마라. 그들이 공통적으로 하는 말, 다르게 하는 말을 살펴라. 그 말이 당신 글에 대해 말하는 점을 한 발 물러서서 지켜봐라.
- 믿을 만한 사람 중에 대본을 읽거나 연기해서 인물의 목소리를 들려줄 사람이 있는가? 있다면, 음료수와 음식을 제공해서 그들의 배를 채우고(어색한 순간을 메울 도구로도 좋다) 한번 시켜보라. 하지만 명심해라. 친구와 술기운이 들어간 채 읽으면 제대로 된 평가를 알 수 없으며 당신 대본이 실제보다 훨씬 훌륭하고 웃기게 들린다. 기회를 낭비하지 마라. 그리고 당신 스스로 연기하지 마라(우린 빈센트 갈로가 아니다). 가만히 앉아서 듣고 좀 냉철해져라.
개관
- 한 발 물러서서 당신의 대본/아이디어를 아주 간단한 톤이나 시놉시스로 줄일 수 있겠는가? 장르, 잠재적 시청자, 분위기, 독창성/고유의 강점, 보편성을 파악할 수 있겠는가? 아니라면 왜인가?
- 대본의 줄거리, 아이디어, 에너지를 고스란히 드러내는 1쪽 개요를 쓸 수 있겠는가? 아니라면 왜인가?(모든 작가가 개요를 잘 쓰진 않는다. 이건 얼마나 좋은 '요약'을 쓰는지가 아니다. 당신이 바라보는 당신 작품을 얼마나 잘 쓰는지의 문제다. 위대한 광고 문구처럼 읽히지 않더라도 좌절할 필요 없다)
- 당신의 대본이 이미 보거나 들은 작품과 조금이라도 닮은 구석이 있는가? 있다면 그 전형과 당신 글은 무엇이 다른가? 가슴에 손을 얹고. 다른 것이 없다면 누구누구가 쓴 무엇무엇보다 당신 작품이 당신스러우려면 무엇을 바꿔야 할까?
흥미
- 당신이 생각한 문구와 실제 나오는 문구는 종종 간극이 있다. 대본이 말하는 것과 당신이 말하려는 것이 같은가?
- 상상하고 발전시키고 쓰는 모든 작품의 성장과정을 잊어버리고 대본 그 자체를 볼 수 있겠는가? 하고 싶은 말을 다 했는가? 너무 많이 말했다면 좀 깎아서 단순하게 만들 수 없는가?
- 시청자가 어떻게 되기를 바라는가? 그들이 어떤 감정과 반응을 보였으면 좋겠는가? 당신 대본이 그걸 해낼까?
서두
- 서두는 대본을 살릴 수도 죽일 수도 있다. 1페이지 첫째줄부터 줄거리가 시작하는가? 움직이는 인물을 보여주는가? 실제 줄거리가 시작하기 전에 인물이나 세상을 미리 보여주고 소개하느라 시간을 들이는가? 줄거리가 시작하기 전에 뒷배경을 설명하는가?
줄거리/구조
- 대본도 쓰이고 당신이 좋아하는 장면에서 당신이 사랑하는 인물이 자기 목소리로 말하게 되면, 이 달콤한 유혹에서 뒤로 물러나기 매우 매우 어려워진다. 하지만 대본의 뼈대가 되는 줄거리와 구조가 실제로 작동하는지 알아내야 한다.
- 대본을 죽 읽되 대화/장면의 자세한 부분은 읽지 마라. 일어나는 일들, 물고 물리는 일들을 바라보면서 장면/단계별로 줄거리가 앞으로 나아가는 모습을 느껴라. 동기를 부여하거나 진행시키는 장면들을 바라봐라. 당신이 내린 명령이 진짜 수행되는지 대답해라.
- 어떤 가닥/진행을 너무 오래 선형으로 따르진 않는가? 다양한 가닥과 여러 줄거리/플롯을 다루느라 너무 왔다갔다 하진 않는가? 줄거리의 토대가 되는 구조의 핵심 장면은 무엇인가? 그 핵심 주변에 머물러 있는가? 장면이 너무 일찍, 너무 늦게(아니면 안) 오진 않는가? 구조에 충분히 큰 영향을 주는가?
그 순간에
- 중요한, 반환점이라고 생각하는 장면에 머물러라. 하루종일 연락을 끊고 주변에는 신경을 꺼라. 무슨 장면인가? 무슨 일이 벌어지는가? 숨은 의미는 무엇인가? 무엇이 벌어지고, 무엇이 안 벌어지는가? 무엇을 얻고 무엇을 얻지 못했는가? 단계로서 어떤 변화가 되는가? 당신이 내린 선택이 처음 떠올린 것, 누구나 하는, 당연한 선택인가? 다른 것을 할 수도 있지 않을까? 당신이 놓친 깜짝 요소나 추가 요소가 있지 않을까? 이 장면/극적인 순간을 한 단계 끌어올릴 수 있을까?
솔직해져라
- 작품의 질에 대해 스스로 솔직해지지 못한다면 다시 쓰기는 무의미하다. 경험상 더 나은 작가들은 자기 작품이 나은 작품이라 자신을 납득시키기 전엔 자기가 쓴 것이 꽤 구릴 가능성이 있다고 가정하는 편이다. 하지만 깊은 굴을 파지는 마라. 마음 깊은 곳에서 쓸 가치가 없다고 생각했으면 그걸 쓰진 않았을 테니까...
용감해져라
- 가끔 초고가 더 나아가지 못하고 당신은 설계부터 다시 시작해야 할 때도 있다. 두려워하지 말고, 초고란 마구잡이고 버릴 수도 있음을 인정해라. 대본을 찢고 구상으로 돌아가기를 두려워하지 마라. 하지만 좋은 것까지 버리진 마라. 다음 초고를 위해 좋은 것은 남겨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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