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슐러 르 귄의 작품과 이름이 지닌 의미
어슐러 르 귄의 어스시 세계관
캘리포니아의 작은 마을 오로빌에 굶주리고 헐벗은 사람이 나타난다. 1860년대의 골드 러시 당시 백인들에게 멸종한 줄 알았던 야히족(나중에 야나족으로 밝혀진다)의 생존자였다... (중략) 그는 마지막까지 자신의 이름을 밝히지 않았다. 그의 문화에서 낯선 이에게 이름을 말하는 것은 금기였기 때문이었다. 그는 자신의 언어로 ‘사람’을 뜻하는 ‘이시’로 자신을 불렀다.. (중략) 모든 물건에는 진짜 이름이 있고, 진짜 이름을 알면 그를 구속할 수 있다. 이 세계에서는 진심으로 믿는 이들 외에는 진짜 이름을 알리지 않는다. 후에 ‘나니아 연대기’ ‘반지의 제왕’과 함께 세계 3대 판타지로 불리는 ‘어스시(Earthsea)’ 시리즈의 시작이었다.
([SF, 미래에서 온 이야기] 낯선 외계와의 조우… 정복할 것인가, 존중할 것인가 中)
태어나서는 아명으로 불리지만 10대 초~중반에 일종의 성인식을 치르면서 그 이름을 '뺏기고' 새로 진정한 이름을 받게 되며 평소에는 '나무딸기'나 '새매' 등의 별명으로 불린다... (중략) (진정한 이름)은 당연히 소중한 사람 외에는 아무에게도 알려줘서는 안 되고, 대부분은 본인과 이름을 지어준 마술사나 마녀 정도만이 안다고 한다.
(나무위키 '어스시 연대기' 中)
- 어스시 세계관은 한 아메리카 원주민의 영향을 크게 받았다. 그는 낯선 사람에게 본명을 말할 수 없는 문화에서 자라났고, 백인들의 세상에서 죽을 때까지 본명을 알리지 않았다. 본인을 칭하는 이름은 자기 말로 '사람'을 뜻하는 이시였다. 이시를 도운 인류학자 알프레드 크로버의 딸이 바로 어슐러 르 귄이다.
작가로서의 한 마디
- 저 아메리카 원주민 대신 조선인이 있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상상해보자. 옛날엔 아랫사람을 부를 때가 아니면 본명을 부르는 것은 실례였다. 따라서 격식에 맞는 '자'를 따로 지었다. 삼국시대 인물들은 본명과 자가 섞여서 유명하다. 예를 들어 본명은 '유비'고 자는 '유현덕'인데 본명이 더 유명하다. 본명이 '제갈량'이고 자가 '제갈공명'인 사람은 본명과 자가 같이 유명하다. 자 다음으로 아호(혹은 그냥 호)가 있다. 자도 따지고 보면 부모님 등이 지어주는 이름이라 마구 부르기엔 무리가 있다. 따라서 친한 사이끼리 부를 수 있는 '호'를 만들기도 했다. '율곡 이이', '퇴계 이황'에서 '율곡'과 '퇴계'가 바로 호다. 권신 한명회의 호 '압구정'은 아예 지명이 되어 버렸다. 자와 다르게 현대에도 한국 전통회화를 하는 등 전통과 관련이 있는 분들은 호를 지니기도 한다. 물론 어스시 세계관과 다르게 자와 호는 예의에 어긋나지 않기 위한 방편이었지, 본명을 안다고 구속력이 생기거나 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지구 반대편 아메리카 원주민과 고대 동아시아가 본명을 함부로 알거나 부르지 않으려고 했다는 공통점은 신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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