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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찬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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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가들의 창작법'에 해당되는 글 8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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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점보다는 장점에 집중 (가와고에 소이치) 2021.01.17
  • 독자의 마음으로(이노야 코토바) 2021.0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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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3차원 그래프로 캐릭터 만들기(타카하시 카즈키) 2021.01.07

나는 나 자신의 독자다 (야마다 에이미)

예술가들의 창작법 2021. 1. 27. 21:20



야마다 에이미山田詠美

대표작 : 솔뮤직 러버스 온리, 풍장의 교실, 애니멀 로직, 슈거 앤 스파이스, 나는 공부를 못해

북쇼츠 인터뷰(2016)


    

야마다 에이미 씨의 신간은 <주옥의 단편珠玉の短編>. 멋진 작품 11편이 수록된 단편집입니다. 남녀의 우정부터 언어, 장편과 단편의 차이, 2차 창작에 대해서까지 충분한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신간 <주옥의 단편>은 아주 재밌게 읽었습니다. 11편 단편이 수록된 작품인데, 집필할 때 전체적으로 의식한 것이 있나요?


이번에는 '처음부터 말이 나오는' 단편집을 만들기 위해 말을 특히 의식했습니다. 제 소설에는 인간관계의 여러 에피소드나 장면을 골라, 그것을 말로 가득 채운다는 작품 등 여러 타입이 있습니다만, 이번엔 정말로 처음에 말이 나옵니다. 말이 제일 재밌는 도구라고 생각을 해서 썼습니다. 그런 와중에 제목이 먼저 제게 다가와서, 그 제목으로 말을 구사해 원고지 30장 세계를 어떻게 구축할까 하는 느낌이었지요.


-- 가와바타 야스나리 문학상을 받은 수록작 <생선 테루테루보즈生鮮てるてる坊主>는 제목과 내용 모두 인상 깊은 작품이었는데, 이 단편은 어떤 착상에서 탄생했나요?


<생선 테루테루보즈> 같은 경우는 제가 테루테루보즈를 보고 '이게 살아있으면 무섭겠다'는 감각을 느낀 게 처음이에요. 거기서 남녀의 우정이라는 요소가 나왔으니 어떤 은유로 그 제목과 사귀어 갈지를 생각하면서 말을 써갔습니다. 그러니까 이 소설이 그런 공포스러운 결말에 다다른다는 건 저도 끝까지 몰랐어요. 처음부터 마지막 정경이 떠오른 게 아니라 마지막 장면을 쓰는 순간에 '아 이래서 이 제목으로 첫 줄을 썼구나' 하고 연결이 됐죠.


-- 신기하네요


단편소설엔 꼭 그런 게 있는 것 같아요. 어쩌면 자각하지 못할 뿐 몸속에는 애초부터 마지막 장면이 들어 있었을지도 모르겠네요. 그것이 쓰고 있는 사이에 점점 꺼내지고, 다 쓴 후에 깨닫는달까.


-- <생선 테루테루보즈>는 남녀의 우정을 다루지만, 야마다 선생님 자신은 성적 관계를 뛰어넘은 남녀관계는 존재한다고 생각하시나요?


분명 존재한다고 생각해요. 다만 처음 만났을 때 조금이라도 부정한 열정이나 성적 어필을 느껴버린 이성과는 우정은 자라지도 성립되지도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걸 못 느끼는 데서 우정이 시작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죠. 뭔가 잘못되어 친구와 자버리는 경우도 있을지도 모르지만, 그것과 별개로 성적 이미지 밖에서 이야기를 할 수 있는 남녀관계는 분명 있습니다. 허나 그런 관계가 존재한다고 믿는 사람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믿는 사람에게 이해시키려고 해도 그건 몹시 어렵죠. 아마 영원히 어울리지 못할 거예요. 버릇과 같아 우리로서는 설명할 말이 없죠.


-- <생선 테루테루보즈>의 나미랑 니지코도 어울리지 못했죠. 꽤 어려운 문제네요.


니지코는 남편과 나미의 우정을 못 이해하는 자신에게 열등감을 가진 거죠. 내가 두 사람보다 약간 열등한 사람으로 간주되는 건 아닐까. 남녀 사이 우정이라는 주제는 앞으로도 영원히 회자되겠지만, 저는 니지코처럼 남녀 사이의 우정이라는 개념이 없는 사람을 개념이 있는 사람이 신경써야 한다고 생각해요. 남녀의 우정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일 수 없는 사람에겐 그게 깊은 질투와 미움을 낳는 원인이 될 수 있고, 그 결과 불행이 찾아올 수도 있으니까요. 그래서 신경 쓸 필요가 있어요. 그런데 그런 걸 신경 쓰지 않는 사람이 있으니 <생선 테루테루보즈>의 결말이나, 신문 3면 기사에 실리는 사건이 일어나 버리는 거죠.


-- 확실히 그렇네요. 이어서 표제작 <주옥의 단편>에서는 주인공이 '주옥'이라는 말에 홀립니다. 야마다 선생님도 어떤 말에 홀려 정의를 파고들어 정의를 작품세계에 반영해 나가는 게 있나요?


작품도 그렇고, 일상생활에서도 한 가지 말을 재밌어하는 때가 꽤 됩니다. '이 표현이 진짜 글자 그대로의 의미면 어떻게 되는 거야?' 이런 얘기에서 시작해 말을 장난으로 코팅해 나가는 놀이를 남편과 같이 많이 해요. '주옥'이라는 단어는 사실 제가 데뷔했을 때부터 아주 격한 섹스 이야기를 써도 게재지 목차에 '주옥의 단편'이라고 붙는 일이 계속됐어요. 당시엔 화가 치밀었지만, 경력을 쌓은 지금은 '그렇담 철저하게 주옥 같은 말을 가지고 놀 수 있지 않을까?'라고 생각해요.  그렇게 즐길 수 있게 되는 재미도 있죠.


-- <젠틀맨>(2011)도 한 가지 말의 정의를 밝혀낸 작품 같은 인상을 받았습니다.


<젠틀맨>도 그랬죠. 말의 정확한 정의는 사실 하나일지도 모르지만, 현실에는 사람에 따라 전혀 다르니까요. 어떤 사람에겐 정확한 정의도 다른 사람에겐 다른 경우가 많을 수 있죠. <젠틀맨>에선 주인공에게 '젠틀맨'이란 어떤 정의일까 생각하면서 썼습니다. 세상에서 인식되는 말의 정의와 다르게 쓰는 것이 소설가로서 솜씨를 보일 대목이라고 생각해서, 사람에 따라 어긋나는 말의 정의를 항상 신경 쓰는 부분이 있습니다.


-- 말의 정의도 말로 할 수밖에 없으니까 힘들죠


그렇네요. 전 수식은 잘 못하지만, 언어란 수학적인 것이기도 하다고 생각해요. 명제에 대해  그 사람 나름대로 말을 수식처럼 점점 구축해 나가는 거죠. 그게 소설가의 개성을 형성해 가는 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


-- 이 작품에서는 사어도 몇 가지 픽업하셨습니다


그것도 제가 재밌어하는 것 중 하나죠. 죽은 말을 너무 좋아해서 일부러 씁니다. 죽은 말을 살려내서 철저하게 가지고 논다. 무덤 속 좀비를 끌어내는 것처럼(웃음). 좀비 영화는 그런 식으로 만들어지잖아요. 언어도 그런 식으로 새로운 종류의 작품이 나오지 않을까 생각해요.


-- <사바랭 부인> 첫머리엔 브리야사바랭의 '어떤 것을 먹는지 말해봐. 어떤 사람인지 알아맞혀 주지'라는 아포리즘이 인용되고 있습니다. 작품에선 동경하는 사람과 같은 것을 먹고 그 사람처럼 되고 싶어하는 주인공 소녀가 인상적이었습니다. 음식과 마음, 몸의 관계에 대한 생각을 물어볼 수 있을까요?


예를 들어 미국에선 남녀가 저녁을 먹고 나면 이제 당연히 침대로 가겠거니 하는 추세가 있듯이, 역시 음식이란 인간을 연결하는 중요한 수단이라고 생각해요. 거기선 얼마든지 드라마를 할 수 있죠. 몸에 흡입한다는 의미에서는 섹스와 완전히 같으니까요.


-- 그렇군요


예전에 어느 아는 작가와 이야기하다가 음식을 철저히 쓰는 작가와 옷을 철저히 쓰는 작가가 나뉜다는 화제가 떠올랐어요. 특히 여성 작가는 그런 경향이 강하죠. 저는 음식을 쓰는 편이라 디테일을 다양하게 내지만, 주인공의 옷은 거의 쓴 적이 없어요. 반대로 주인공을 묘사할 때 옷을 쓰는 작가는 음식에 대해 잘 쓰지 않아요. 아까 남녀의 우정 이야기처럼, 거기엔 통하지 않는 부분이 있어요. 하지만 통하지 않기에 서로 감화하기도 하고 재밌죠.


-- 그 차이점은 뭘까요?


결국 음식을 쓸지 말지는 내장을 쓰고 싶은지 쓰고 싶지 않은지 같은 것이라고 생각해요. 영어로 내장을 뜻하는 guts(거츠)는 마음이라는 뜻도 있으니까요. 거츠를 쓰고 싶은지 쓰고 싶지 않은지. 스토리를 쫓느냐 안 쫓느냐보다는, 인간의 내면을 파헤쳐 소설을 쓰느냐의 차이 같습니다.


-- 나츠코는 와카츠키라는 남자를 맛보고 사람이 크게  달라졌는데, 어떤 맛이었는지 궁금했죠(웃음)


바보 같은 송이버섯(웃음). 나츠코의 경우는, 지금까지 자신이 소중히 생각해 온 것이나 믿어 온 가치관을 크게 바꿀 만한 상대를 만난 게 아닐가 생각합니다.  값비싸고 공들인 음식보다는 자신의 가치관을 바꿔주는 맛. 나츠코는 그렇게 아주 새로운, 지금까지 경험한 적 없는 맛을 알아 버렸죠. 그것도 일종의 맛이니까요.


-- <자기교>의 주인공인 미코가 설립한, 자기가 신과 교주와 신자를 겸임한다는 '미코쨩교'가 매우 독특했습니다. 이 아이디어는 어디서 왔나요?


저는 '혼자서 어떻게든' 이런 걸 생각하길 엄청 좋아하거든요. 여러 가지가 자둥동체인 지렁이처럼 전부 혼자서 완결지으면 재밌지 않을까 싶거든요. 소설가도 어떻게 보면 '1인 종교'라면서요. 취재하는 것도 쓰는 것도 읽는 것도 모두 자기 자신이니까요. 그렇게 전부 혼자서 세계를 구축한다는 걸 정말 제멋대로인 쾌락이라고 느낍니다. 그런 '혼자서 어떻게든'을 작품으로 하면 재밌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한 것이 <자기교>의 최초였습니다.


-- 미코는 격렬한 괴롭힘이 아니라 동정심을 받는 걸 견디지 못해 특수능력이 개안된 것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불쌍해'라는 동정심으로 최후의 보루인 자존심이 파괴되는 건 가장 큰 굴욕이라고 생각해요. 그와 동시에 마지막 장면에서는 같은 말이 남녀 사이 쾌락의 장치가 되기도 합니다. 가장 굴욕적인 장소에 내팽겨쳐지는 말과 가장 높은 쾌락으로 올려주는 말이 같은 '불쌍해'죠. 예를 들어 '바보'라는 말도 모르는 사람이 들으면 굴욕이지만, 연인이 들으면 굴복하는 쾌락 같은 걸 느껴서 기분이 아주 좋잖아요(웃음). 말하는 사람에 따라 말의 뜻이 달라진다. 그런 걸 표현하고 싶었어요.


-- '처음부터 말이 나온다'처럼 작품 11편 전체에 공통된 게 있나요?


하나의 말에서 에스컬레이트해서 멈추지 않는 거죠(웃음). 현실에 있는 이야기엔 전혀 개의치 않고, 전부 말로만 진행시켜 나가죠. 말은 이상함, 바보같음 말고도 동시에 사람에게 임팩트를 주는 힘을 지니고 있습니다. 단편집 전체에서 말이라는 게 이렇게 바보 같고 재미있고 중요한 여러가지 가능성을 느끼셨으면 합니다.


-- 단편과 장편을 쓸 때의 차이에 대해, 야마다 씨께선 일찍이 다른 인터뷰에서 '단편을 쓰는 것은 S의 기쁨일지도 모른다. 장편은 M의 기쁨.'이라고 하셨습니다. 이번 단편집을 쓰실 때도 비슷한 느낌이었나요?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네요. 말에 농락당하면서도 그 말을 농락하겠다는 느낌이었어요. <자기교>와도 엮일지 모르겠네요. '쓰는 건 나니까'라는 기분이었죠. 하지만 되튀김이라는 말도 있고, 결국 거기서 벗어나죠. 그런 것에 재미가 좀 생기지 않을까 싶어요.


-- 저희 북쇼트는 '동화, 민담, 소설 등을 바탕으로 창작한 단편'을 공모하는 기획입니다. 야마다 선생님은 이번 <주옥의 단편>에 사노 요코 씨의 그림책 <100만 번 산 고양이>를 모티브로 한 <100만 번 죽이고 싶은 허니, 스위트 달링>을 수록하셨고, 다니자키 준이치로의 <미친 사랑>을 바탕으로 <현자의 사랑>도 쓰셨습니다. 선행 작품을 기초로 새로운 작품을 만드는 것에 대한 생각을 여쭤봐도 될까요?


이게 '자기교'가 안 되니까 어려운 부분이긴 하네요. 리스펙트하면서 시비를 거는 고급 기술이 필요해요. 리스펙트에만 치중해도 싸움을 거는 것만 해도 안 되죠. 그 밸런스를 잘 맞추기 위해서 의식적으로 썼습니다.


-- 균형 잡기가 어려울 것 같네요. 원작에 너무 끌린다거나


원래 작품을 따르려 할수록 내 안의 '나는 다르다'는 감각이 나오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걸 제대로 마주보지 않으면, 오마주를 하려다 오마주된 실패가 되어버립니다. 불손하단 걸 알면서도 절대 지지 않겠다는 마음으로 쓰지 않으면 안 됩니다. 내가 그 작품에 다시 한 번 숨을 불어넣겠다는 도전의 마음을 가져야죠. 제가 <현자의 사랑>을 쓸 때는, '다니자키 씨에게 싸움을 거는 정도로 써요'라고 담당 편집자에게 전했습니다. 그 정도로 진지하게 임하면, 져도 기분 좋은 마조히즘의 쾌락이 나옵니다(웃음). 승패는 관계없다고 생각하게 되죠.


-- 그럼 마지막으로 소설가를 꿈꾸는 분들께 메시지를 남겨 주시겠습니까?


책을 안 읽으면 안 되겠죠. 대부분의 일본인이 읽고 쓸 줄 알아서 착각하기 쉬운데, 트레이닝을 하지 않으면 소설을 쓸 수 없습니다. 스무살이 되고 나서 프로야구 선수나 발레리나를 목표로 하면 무리겠죠. 그것과 마찬가지예요. 그래서 결국 작가가 될 수 있을까 없을까 하는 생각은 초중학교 시절 독서량으로 결정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한 가지 가능성이 있다면, 소설 세계는 80세 신인이 있어도 되는 세계죠. 구로나 나쓰코 씨처럼 70세가 넘어 아쿠타카와 상을 수상하는 사람도 있죠. 비록 트레이닝을 시작한느 것이 늦어도 몸과 마음의 유연성 체조가 잘 되어 있으면 거기서도 늦진 않다고 생각합니다. 몇 살까지 무얼 해야 한다는 제한이 없는 세상이니까요.


-- 확실히 그렇네요


그래서 신인들의 소설을 읽으면, 자기 작품을 객관적으로 보지 못하는 사람이 많은 것 같아요. <자기교>처럼 글쓴이 자신이 독자가 되지 못하는 거죠. 그러다 보면 '나 소설 못 쓰는구나'를 알게 될 때가 와요. 그때부터가 진짜 시작이죠. 데뷔 전 저는 서투른 독서소녀여서 제 자신이 서투르다는 것을 알게 되었죠. 그래서 제자 첫 장만 한 몇 년을 계속 썼어요. 그랬더니 어느 날 독자로서의 제가 '이 소설이라면 읽을 가치가 있다'고 생각할 한 장을 쓸 수 있었죠. 제가 글 쓰는 자신을 용서할 수 있는 순간이 왔어요. 거기서 한 번에 100장을 썼어요. 다 쓴 게 신인상 마감 당일이어서 우체국까지 인생에서 제일 전속력으로 달렸죠(웃음). 그 작품이 데뷔작이에요.


-- <베드타임 아이즈>는 그렇게 태어난 거군요. 독자로의 자기 작품을 용서할 수 있을 때까지 몇 년이고


아주 많이 쓰고, 아주 많이 읽지 않으면 거기까지 갈 수 없어요. 몇 살에 그런 반응을 얻을 수 있는지도 모르겠고요. 하지만 데뷔를 서두르는 사람이 많죠. 특히 젊을 때는 '데뷔만 하면...'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지만, 그건 아무 이득도 되지 않는다고 가르쳐주고 싶네요(웃음). 앞으로 기니까요. 10대에 대뷔해서 그후로 이어갈 수 있는 사람은 정말 소수뿐입니다.


-- 그후로도 오래 써 나가는 사람과 한 작품으로 끝나버리는 사람의 차이는 어디에 있을까요


그건, 수수께끼죠(웃음).  수수께끼. 왜 와타야 리사 씨는 와타야 리사대로 계속 써올까요. 그건 슬프지만 재능일지도 몰라요. 동시에 적합성과 부적합성도. 작가 특정을 지닌 사람과 지니지 못한 사람. 작가라는 생물이 된 사람과 되지 않은 사람의 차이 말이죠. 이건 어쩔 수 없어요(웃음). 모르겠네요.

 

--감사합니다

저작자표시 (새창열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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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설찬범

보통 사람의 감각으로 (아카가와 지로)

예술가들의 창작법 2021. 1. 25. 21:40



작가 : 아카가와 지로(赤川次郎)


대표작 : 세일러복과 기관총, 세자매 탐정단 시리즈, 유령 열차


TSUTAYA 인터뷰 中(2018)


40년 이상 달리고 있는 원동력. 매력적인 캐릭터를 낳는 비결은

--40년 넘게 작가 일에 정력적으로 임하고 계십니다. 계속 달릴 수 있는 원동력은 무엇인가요?

작가에게는 휴일이 없으니까요. 전혀 쓰지 않는 날은 1년에 2, 3일 정도라고 생각합니다. 어쨌든 좋아서 하고 있는 것이라 힘들지 않은 겁니다. 좋아하지 않았다면 40년은 도저히 지속할 수 없습니다. 제가 신인상을 받을 당시에는 출판사에도 여유가 있어서 좋아하는 걸 쓰게 해줬어요. 저는 <삼색털 고양이 홈즈>를 낸 후에 샐러리맨을 그만두었습니다만, 그후로도 '미스터리가 아니어도 좋다'고 말해줘서 여러가지 쓸 기회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좋아하는 것을 원하는 대로 쓰고 있었기 때문에 계속할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아이디어가 샘솟는 순간은 언제인가요?

저는 클래식 콘서트나 가부키, 오페라 등도 자주 갑니다만, 역시 여러가지를 흡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작가는 직장인처럼 얽매이지 않지만, 자유는 흡수하기 위해 있다고 생각하기에 시간을 안 쓴다면 의미가 없어요. 재밌는 것을 보고 감동 받는 것이 되게 중요한 것 같네요. 그런 것에 돈을 쓰지 않는다면, 아무리 벌어도 아깝다고 생각해요.

-- 이 책의 아야코 씨처럼 매력적인 여성 캐릭터가 등장하는 것도 아카가와 씨 작품의 특징입니다. 매력적인 캐릭터를 만드는 비결은?

이젠 상상밖에 없네요(웃음). 그래도 젊은 편집자에게 자극을 받는 일도 많지요. 여러 세대 사람과 많은 이야기를 하면 재미있으니까요. 나머진 작가인 점이 특별하다 생각이 들지 않도록, '보통'이 되도록 유의하고 있습니다. 샐러리맨은 12년 하고 있었기 때문에 만원 전철이나 상사와 잘되지 않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도 일단 경험하고 있습니다. 보통 감각을 읽어버리면 독자들도 따라와 주지 않을 거라고 생각해요. 혹시 밖에서 편집자가 들어주더라도 집에 가면 부인과 딸이 다리를 잡고 끌어내리니까 균형이 잘 잡혀 있다고 생각합니다(웃음).

-- 시대가 변했는데, 앞으로도 어떤 작품을 쓰고 싶다고 생각하세요?

'이랬으면 좋겠다'는 사람들을 적어가고 싶습니다. 이 책에서도 영화를 찍는 사람들은 이랬으면 좋겠다는 스탠스로 썼습니다. 진짜 촬영현장은 물론 글대로가 아니고, 영화 만드는 구체적인 작업은 더 복잡합니다. 다만 영화를 만들고 있는 사람들의 정신적인 것, 영화에 대한 생각은 그렇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저작자표시 (새창열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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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설찬범

대세보다는 쓰고 싶은 것을 (아야츠지 유키토)

예술가들의 창작법 2021. 1. 21. 19:41




작가 : 아야츠지 유키토(綾辻行人)

대표작 : 관 시리즈, 진홍빛 속삭임, Another


비즈니스플러스 스페셜 인터뷰


자기 자신이 읽고 싶은 것을 쓴다

천진난만하게 놀고 지낸 30년


30년 전인 1987년에 <십각관의 살인>으로 추리소설 작가에 데뷔한 아야츠지 유키토 씨. 트래블 미스터리나 모험 소설이 유행하던 당시, <십각관의 살인>은 '시대에 뒤떨어진다'고 불리기도 한, 트릭이나 명탐정에 의한 수수께끼 풀이에 중점을 둔 본격 미스테리였다. 그런데도 많은 팬을 낳은 히트작이 되었다. 이후 여러 본격 미스터리 작가가 나타나며 '신 본격 미스터리'로 불리는 운동까지 생겼을 정도다. 30년 전에는 항상 '굶주림'을 안고 있었다는 아야츠지 씨께, 당시부터 지금까지 <본격 미스테리>와의 관계를 들었다.


쓰고 싶은 대로 써왔다


제가 데뷔할 때만 해도 동시대 작가가 쓰는 본격 미스테리는 수적으로 적었어요. 서점에 가도 좀처럼 읽고 싶을 만한 타입의 추리소설을 못 찾았죠. 약간의 굶주림을 항상 안고 다닌 건 아닌가 생각합니다. 그래서 '그럼 내가 읽고 싶은 걸 직접 써보자'라고 생각했죠. 그렇게 해서 완성된 것이 <십각관의 살인>이었다고 해도 거짓말은 아닐 겁니다.


<십각관의 살인> 간행이 신호라도 된 듯이, 본격 미스터리를 쓰는 젊은 작가들이 속속 등장했습니다. 동세대 신인들이 속속 재밌는 작품을 발표하니 설렜죠. 제 데뷔는 26살 때였습니다만 당시엔 정말로 '읽고 싶다=쓰고 싶은 것'이라는 감각으로 썼을 뿐, 본격 미스터리를 다시 부흥시키고 싶다든가 하는 큰 것은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지향이 비슷한 작가들이 계속 데뷔하는 사이에 추리소설계 전체 정세가 변해갈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부풀었습니다.


이렇게 한때 쇠퇴한 본격 미스터리라 다시 주목받으며 '신 본격 미스터리'라고 불리는 운동이 된 것입니다. 그 당시 일본 추리소설은, 여러가지 사회 경험과 인생 경험을 쌓은 '어른 작가'가 자신의 경험과 지식을 살려 '리얼한 어른의 소설'을 쓴다는 인식이 일반적이었습니다. 저나 저에 이어 나온 작가들 같은 20대 젊은이가, 현실에 있을 수 없는 큰 트릭에 도전하거나 절해고도와 눈보라 치는 산장이 무대인 퍼즐적 수수께끼 소설을 쓰거나 해서 발표하는 일은 정말 드물었어요.


처음엔 그런 방향성에 쓴소리를 하는 선배 작가나 평론가도 적지 않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별로 신경 쓸 것 없이 기본은 역시 '내가 좋아하는 것'을 계속 썼어요. 현실에서 결코 일어날 수 없을 듯한, 터무니없는 이야기를 읽고 싶었고 쓰고 싶었다. 그렇게 자칫하면 좁은 의미에서의 리얼리티 중시로 얽힐 뻔한 미스터리의 자유도를 높이고 싶었습니다. 다행히 그런 작품을 환영해주는 독자가 많이 있어서, 저희는 지향성을 굽히지 않고 꽤나 자기 좋을 대로 계속할 수 있었습니다.


<신 본격 미스터리>의 효시로 일컬어지는 아야츠지 씨. 새로운 본격을 짊어졌다는 부담은 없었을까.



'부드러운 자연체'가 될 것


지나친 부담은 사실 별로 느낀 적 없었어요. 같은 교토대 추리소설 연구회 출신인 후배작가 노리즈키 린타로 씨한테 일찍이 "아야츠지 씨는 '대단한 자연체'군요"라고 들은 적이 있습니다. 신 본격의 톱 타자라든가 신 본격을 떠맡는다든가 하는 그리 대단한 건 깊게 생각하지 않고, '천진난만하게 논다'는 자세를 계속 유지해온 것 같습니다.


다만 오래 이 일을 계속하면 '대단한 자연체'가 되가 점점 어려워지는 것도 확실합니다. 사실 전 별로 '성장'하고 싶지 않거든요. 성장과 성숙이라는 것에서 되도록 먼 곳에 있고 싶은 인간입니다. 쭉 '미숙'인 채로, 천진난만하게 미스터리를 계속 쓰는 것이 이상적이죠. 그런데 연령과 커리어를 거듭함에 따라 어떻게 해서든 제가 쓰는 소설에서 '의미'나 '의의'나 '가치'를 찾아내게 됩니다.


예를 들어 젊을 적에는 '이런 황당한 이야기를 쓰면 무슨 의미가 있어?'라고 추궁당해도 '별 뜻 필요없지'라고 즉답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나이를 먹으면 아무래도 '의미나 의의가 있는 것'을 써야만 한다는 기분이 들어요. 근데 저에게는 그 '마음'이 왠지 멋없어 보이기도 하고... 그래서 어느 시기부터는 꽤 의식적으로 소설에 쓸데없이 '의미 부여'를 안 하는 노력을 해온 것 같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천진난만하게 논다는 기본 스탠스를 유지할 수 없을 것 같았기 때문이죠.

    

아야츠지 씨가 말하는 '천진난만하게 놀다'란 어떤 자세인 걸까. 구체적으로 물어보니, 아야츠지 씨에겐 '천진난만'이 집필에 있어서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거짓말'을 쓰는 게 일

    

나이를 먹고 경력을 쌓아도 순진을 유지하기. 이게 실은 꽤 어려운 일입니다만, 어떻게든 지금까지 그걸 유지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순진함'의 알맹이를 간단히 말하자면, 예를 들어 '이런 장치를 하면 독자는 반드시 놀라겠지' 같은 앳된 장난심이라든지(웃음). 독자를 깜짝 놀라게 하고 싶다, 놀래고 싶다는 생각이 아무래도 제 안에서는 아직도 큰 동기가 되는 것 같습니다.

    

새로운 작품에 착수할 때 '이건 놀랄 일이야' 하는 장치나 트릭을 생각해 내면, 독자가 놀라는 반응을 상상하고 기분이 대단히 달아오릅니다(웃음). 이런 점이 뭐, 미스터리 작가 일의 매력 중 하나네요. 나머지 이유는... 그래 누구한테도 폐를 끼치지 않는 일이다랄까요.


추리소설 작가는 거짓말을 쓰는 게 일이죠. 거짓말이라고 하면 일반적으로 이미지가 좋진 않지만, 저희가 쓰는 거짓말은 독자 여러분을 즐겁게 하기 위한 거짓말입니다. 자신이 재미있는 작품을 쓰려고 노력하면, 그만큼 여러분에게 즐거움을 줄 수 있죠. 결과적으로 그게 수입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다른 사람을 불행하게 하지 않는 좋은 일이라고 생각하게 되는 겁니다.


향후 새롭게 본격 미스터리를 담당하는 후배들에게 기대하는 것을 물으니 '유행에 구애받지 않았으면 한다'고 답한 아야츠지 씨. 그 진의를 자세히 물었다.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끝까지 따지다

    

본격 미스터리뿐 아니라, 작가를 목표로 소설을 쓰려는 사람은 세상의 유행이나 전례 등에 너무 현혹되지 않는 게 좋아요. 이 업계에서도 최근 마케팅이라는 말을 자주 듣습니다. 편집자에게 '지금은 이런 이야기가 유행하니까 같은 타입을 써 주었으면 한다'고 듣는 작가도 많은 듯합니다. 하지만 그렇게 유행을 따라가다 보면 오래 남는 작품이 안 된다는 게 제 의견이고 실감이에요.


<십각관의 살인>은 고맙게도 발표 후 30년이 지난 지금도 많은 사람이 읽고 있는 것 같아요. 그 이유 중 하나는 아마 그 작품이 당시 유행을 노리고 쓴 것이 아니었기 때문일 것이라 생각합니다. '나는 지금, 이런 미스터리가 읽고 싶다'는 생각을 최우선시한 결과, 같은 생각을 지닌 사람들에게 전해진 것이라고 생각하고, 그렇기 때문에 세월이 흘러도 별로 바래지 않는 작품이 되었나 싶습니다.


미스터리가 좋고 나도 쓰고 싶다고 하는 분은 자신이 미스터리라는 장르의 어디가 좋은지, 어떤 점에 최대 매력을 느끼는지를 곰곰이 생각해 보세요. 그러고 나서 아무튼 내가 제일 좋아하는 건 '이거'니까, 나도 '이거'를 써야 한다는 창작의 '심'을 지니면 좋겠어요. 그게 확실하면 결과는 저절로 따라오기 마련이라는 것이 제 경험 법칙입니다. 싹이 트기까지 시간이 걸릴지도 모릅니다만, 젊은 사람들은 시대에 영합하지 말고 '시대를 내게 끌어당긴다'는 기개로 임했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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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설찬범

단점보다는 장점에 집중 (가와고에 소이치)

예술가들의 창작법 2021. 1. 17. 19:52

작가 :  가와고에 소이치川越宗一

대표작 : 天地に燦たり(25회 마쓰모토 세이초 상 수상), 열원熱源(아이누족의 삶을 다룬 소설. 나오키상 수상)


장점을 연마해 자신만의 창작의 예리함을 소중히 하자(가와고에 소이치 인터뷰)


취미로 쓰기 시작한 소설을 퇴고 후 마쓰모토 세이초 상에 응모한 <天地に燦たり>로 데뷔. 두 번째 장편 <열원>이 첫 노미네이트로 나오키 상을 수상. 많은 글쓰기 지망생의 꿈을 최고 속도로 실현한 듯이 보이는 가와고에 소이치 씨.

<열원>에서는 사할린뿐 아니라 블라디보스토크, 상트 페테르부르크, 도쿄를 무대로 일본인이 될 뻔한 아이누와 러시아인이 될 뻔한 폴란드인을 주인공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어째서 이렇게 스케일 큰 소설을 쓸 수 있었을까. 어째서 이런 소설을 쓸 생각을 한 걸까. 수상 이후 바쁜 와중에, 상경 중인 가와고에 소이치 씨에게 물었다.


마쓰모토 세이초 상에 응모한 것은 널리 읽히기 위해

-- 소설을 쓰기 시작한 계기부터 들려주세요

4년 전쯤 샐러리맨의 일도 익숙해지고 일상 시간에 여유가 생겨 새 취미라도 시작할까 가벼운 마음으로 쓰기 시작했습니다.

-- 마쓰모토 세이초 상에 응모하신 이유가 있나요?

쓴다면 역사소설이라고 생각했어요. 기왕이면 평소 역사소설을 안 읽는 사람이 재밌다고 느낄 만한 걸 써서, 가능한 널리 읽히고 싶다. 아마 상금이 높은 상은 경쟁도 높을 거라고 생각해서요(웃음). 논장르로 신인이 응모할 수 있는 상이라고 해서 마쓰모토 세이초 상을 선택했습니다.

-- 처음 응모하셨을 때 결과는 어땠나요?

화끈하게 떨어졌죠. 그리고 소설 첨삭강좌를 받고, 전부 다시 썼습니다.

-- 데뷔작 <天地に燦たり> 말이군요. 첨삭강좌를 통해 처음 형태에서 완전히 다른 내용이 된 건가요?

주인공이 셋인 것도 무대도 결말도 달라진 건 없어요. 고친 건 문장이죠. 시점을 바꾸는 타이밍이나 '한 문장에 동사는 3개 4개까지'라거나 ''그러나'와 '그리고'는 최대한 쓰지 않는다'라거나 '지시어는 넣지 않는다'처럼 첨삭을 받아서요. 그게 없었으면 붙지 않았을 테니 선생님께는 지금도 감사하고 있습니다.

-- 퇴고에 시간이 얼마나 걸렸나요?

떨어진 걸 안 때가 3월이고, 그때부터 고치기 시작했으니 3월부터 11월까지 8개월입니다.

-- 자료 등을 많이 읽으신 것 같은데, 플롯도 만드시나요?

만들긴 하는데, 두 번째 작품은 전혀 플롯대로 되지 않더군요. 그 플롯은 버렸지만, 무얼 쓰는지 설계도는 항상 옆에 두고 있었습니다. 플롯을 바탕으로 원고를 쓴다기보다 원고로 쓴 것을 플롯으로 다시 세워 전체 모습이나 기승전결이나 플롯 포인트를 파악해 왔습니다.



  • 역사를 뒤틀지 않고 거짓말하기
    --<天地に燦たり>와 <열원>은 여행지에서 느낀 것이 처음 집필동기가 되었다고 합니다만, 그때엔 장면이나 캐릭터 등이 떠오른 것일까요?

    제 경우엔 과거 사건이나 인물에 흥미를 가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장면이나 캐릭터는 그걸 알아보고 나서 점점 떠오르는 느낌입니다. 소설을 쓰기 전에도 역사를 조사하는 걸 좋아해서, '이런 이야기가 있으면 보고 싶다'고 소재를 망상하는 버릇이 있어서요. 자기가 읽고 싶은 걸 쓰는 게 동기부여죠.

    -- 반대로 역사를 조사할수록 포함하고 싶은 것도 증가한다고 생각하는데, 쓰지 않는 판단은 어떻게 하십니까?

    작품이 재밌도록 말인가요. 그외엔, 쓰지 않는다는 거짓말 방법이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거짓말은 너무 많이 하지 않도록 주의하고 있습니다. 역사다 보니 한 사건에도 공과가 있죠. 죄를 너무 안 보여주거나 공을 너무 말하지 않거나 등 결과적으로 역사가 왜곡되는 거짓말을 안 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 등장인물에 감정이입을 시키는 감정적 방식도 있다고 생각하지만, 가와고에 씨 작품에서는 캐릭터와 거리감도 평평하네요.

    머지않아 그런 방식은 쓸지도 모르지만, 지금은 별로 그런 견지로 쓰고 싶지 않아요. 소설이라는 허구를 쓰는데 무슨 소리냐 하실 텐데, 전 사실의 나열에 그치고 싶어요. 하나의 역사관으로 과거를 싹둑 자르기는 어렵고, 한 인간이 보는 시야는 좁죠. 그래서 여러 시점을 두어서 평평하게 전체를 띄우는 식으로 합니다.

  • 시리어스한 시대에도 저마다 희로애락과 인생이 있다
    -- 최근엔 <천지를 움직이는 노래>나 <가스펠 트레인>처럼 노래를 모티브로 한 단편이 이어졌습니다.

    그때는 노래였죠. 음악 관련으로 하고 싶었는데, <天地に燦たり>에서는 못 했어요. <열원>에선 악기 쪽으로 했으니까 다음엔 성악적인 걸 하고 싶어요.

    -- 가스펠에서 블루스와 재즈가 파생되었죠. 미국과 음악의 역사가 연결되면 흑인 차별문제가 안 나올 수가 없죠.

    저항음악이라는 관점은 20세기 음악에서 빠뜨릴 수 없다고 생각해서, 그 부분은 앞으로 써보고 싶네요. <가스펠 트레인>에서는 교회음악과 흑인 노예 문제를 썼습니다. 음악에도 역사가 있고, 그걸 쓰는 건 꽤 즐거웠습니다.

    -- 당사자가 아니신 것에 가와고에 씨는 어떻게 생각하고 계십니까?

    사람마다 스탠스야 있겠는데, '당사자가 아니니까 쓸 수 있다'는 일반론은 작가가 할 말은 아닌 것 같아요. 저는 쓰고 싶으니까 쓰고 창작하고 싶으니까 창작한다는 스탠스입니다. 외부에서 동기부여를 찾지 않도록 항상 의식하고 있어요. 건방지겠지만, 그게 창작자의 긍지이자 책임이랄까요.

    -- 원래 역사를 좋아한다고 하셨는데, 본인의 작풍에 영향을 끼친 작가나 다른 장르 작품이 있다면 알려주세요.

    근본은 초등학교 때 읽은 <주간 소년 점프>겠죠. 특히 <북두의 권>과 <꽃의 케이지>가 기본이었죠. 또 <기동경찰 패트레이버>도요. 소설은 별로 안 읽었는데 <은하영웅전설>을 읽은 덕분에 다시점의 재미를 알게 되었습니다. SF면서도 역사인데 아주 좋아합니다.

    -- <열원> 첫머리에 나오는 세 소년 등은 의도적으로 힘 빠진 느낌으로 쓰였다고 생각했습니다. 시시라토카 같은 캐릭터도 매력적이고요.

    그런 휘젓는 캐릭터는 저도 좋아해서 넣기 쉬워요. 힘 빠진 느낌이나 살짝 유머가 들어오는 대목 등은 패트레이버의 영향이 크죠. 심각한 이야기를 쓰는 경우가 많아서 균형을 맞추고 싶기도 하고요. 진지한 시대라고 해서 모두가 진지한 일만 하는 건 아니죠. 희로애락이 있고, 당시 사람 나름의 인생이 있다고 생각하기에 유머는 연출로서도 표현으로서도 있습니다.

  • 고칠 수 없는 결점에 시간이나 감정을 쓰지 않아도 된다
    -- 프로가 되고 나서 잘한 일, 해두면 좋은 일이 있으면 알려주세요.

    해놓고 좋았던 건 역시 입력이네요. 데뷔하고 얼마 동안은 시간 균형을 잡기 힘들어요. 입력하느냐 출력 레벨을 올리느냐 두 가지 선택이 있으면 상업출판에선 무조건 후자가 우선이 됩니다. 마감도 있으니 출력에 매달려서 무호흡으로 잠수하는 느낌입니다.

    -- 그러기 위해선 입력을 해두지 않으면 안 된다?

    입력이라면 뭐든 괜찮고, 제가 보기엔 소설만 읽는 건 아닌 듯해요. 사람마다 다르니까 캠핑이 입력이 된다면 자주 캠핑을 가면 되죠. 출력의 폭을 넓히거나 인풋의 질을 높이는 것을 생각하면서 자신에게 맞는 방식을 찾아가는 것이 중요치 않을까요?

    -- 프로를 목표로 하는 글쓴이를 향한 메시지가 있다면 부탁드립니다.

    프로를 목표로 하는 사람에 대한 짧은 격언,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조언은 일절 듣지 않아도 좋고, 믿지 않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만... 굳이 말하자면 단점은 안 고쳐도 되니까 장점을 닦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프로가 되면 단점은 편집인이 반드시 지적하니까 거기에 맡기면 되죠. 다만 편집인도 장점이라는 칼을 갈아주진 못해요. 스스로 갈리진 않습니다.

    -- 편집자는 갈아주지 않는다라.

    출판사는 날카로운 사람을 찾고 있는 것 같아요. 날카로움에 칼집을 씌우는 건 출판인 쪽이 아닐까요. 창작 속 단점을 소중히 하자, 자신을 믿는 편이 좋다랄까요. 고칠 수 있는 결점은 고쳐질 것이고, 고쳐지지 않는 결점은 아무리 해도 고쳐지지 않으니까요. 어느 쪽이든 거기에 시간과 감정을 쓰지 않아도 되는 것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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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설찬범

독자의 마음으로(이노야 코토바)

예술가들의 창작법 2021. 1. 11. 20:27

작가 : 이노야 코토바(猪ノ谷言葉)

대표작 : 런웨이에서 웃어줘(ランウェイで笑って)


만화가의 꽃길(주간 소년 매거진 2017년 42호)

https://pocket.shonenmagazine.com/article/entry/prohana/runway


독자를 흔들어라!

--첫 연재인 <런웨이에서 웃어줘>는 1화부터 큰 반향을 일으켰습니다. 독자의 마음을 얻기 위해 이야기를 풀어갈 때 조심해야 하는 것들을 알려주세요.

얼마나 감정이입 되느냐죠. 중요한 건 독자가 고비가 되는 장면에서 캐릭터에게 '성장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할 때 심정이나 생각이 바뀌는 것. 캐릭터가 변하기를 원하는 것마냥 도움닫기를 해주는, 그걸 위한 순서를 만들어 가는 거죠.

--도움닫기를 한다면, 설명에 쓰는 페이지도 필요하게 될까요?

사실 중요치 않은 부분은 설명조도 괜찮은 것 같아요. 독자가 재미있다고 느끼는가, 인상에 남는 장면이 있는가. 전체 평균이 재미있는 작품보다 절정에서 120점을 맞는 작품이 인상에 남기 쉽다고 생각합니다. 절정에서 분위기가 고조되지 않는데 설명 파트가 자연스러워서 재밌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겁니다.

--독자의 눈높이에서 장면에 우선순위를 두는 거네요. 그럼 절정을 고조시키려면 어떡해야 좋을까요?

이야기의 편차 폭을 크게 하는 거죠. 크면 클수록 독자의 감정을 흔들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이야기가 절정에서 재미가 최대가 된다면 캐릭터의 처지가 나빠야 절정에서 처지가 좋아졌을 때 변화폭이 커지죠. 또 나쁜 상태에서 시작한다면 좋아지기 전에 한 단계 더 나쁘게 해야 한다. 이러면 좀더 편차가 커져서 독자의 감정을 더 즐겁게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제로에서 플러스가 되는 것보다 마이너스에서 플러스로 바뀌는 것이 분위기가 고조된다는 겁니까?

맞아요. <런웨이에서 웃어줘> 1화가 그렇죠. 작품의 재미는 모두 좌우 페이지에 달렸다고 생각해요. 이야기의 전개는 좌우 양면이 가진 고비를 위한 것이라는 것이 제 나름의 생각입니다.


감정의 씨앗을 뿌려라!

--방금 말씀하신 도움닫기는 절정의 분위기를 북돋기 위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구체적으로 도움닫기라는 건 어떤 것이 있는 겁니까?

저 같은 경우에는 '감정'이 주로 그렇죠. 복선으로 감정의 씨앗을 뿌리고 키워서 절정에서 수확한다는 이미지네요. 제 작품은 절정에서 독백을 넣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캐릭터의 생각을 이해받고 싶기 때문입니다. 저는 이야기의 절정을 위해 구성했기에, 절정을 위해 준비한 도움닫기, 즉 서두를 회수해 가는 느낌입니다.

--왜 예비 감정을 자주 쓰셨나요?

독자의 감정을 유도하고 싶어서였나 봐요. 캐릭터의 감정이 동하는 것을 파악하기 쉽도록. 감정을 상상하게 하는 만화도 있는데, 저는 굳이 말하자면 독자가 공감하기 쉽도록 유의하고 있습니다.

--공감하기 쉽도록 작품뿐 아니라 독자도 가까이 오게 한다는 거군요. 예를 들어 어떤 유도법이 있을까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이, 도입부에서 독자의 수읽기를 잡아두는 것입니다. '이 만화는 이렇게 읽는구나'라는 자세가 되어야 하죠. <런웨이에서 웃어줘> 1화에선 '1센티도 성장하지 못하고 고등학교 3학년 선생님을 맞이했다'라고 초반에 페이지 양면으로 가져왔습니다만, 그것으로 '수읽기'는 명확하겠네요. 이 작품은 키가 필요한 업계를 꿈꾸는 아이가 키가 못 컸는데 어떡하지?라는 거죠. 요점을 최초로 제시해 두면, 독자가 그 수읽기에 따라서 읽히기 쉬워집니다.

--그 수읽기가 있으면 캐릭터를 이해하기가 쉬워지는 건가요?

네. 도입에서 제시한 수읽기로 이야기가 진행되기 때문에, 캐릭터의 행동을 전부 그에 따라 이해할 수 있어서 감정이입하기 쉽죠. 복선이나 감정 등 독자에게 전해지는 형태로 쌓기가 쉬워집니다. 초반에 좌우 양면을 사용하는 것은, 독자의 수읽기를 잡기 위한 저의 추천 방법입니다.



수다 떨어라!

--캐릭터의 감정을 그리는 중요성은 알았습니다. 예를 들어 캐릭터를 잘 보여주는 기법이 있을까요?

회상은 씁니다. 다만, 회상을 그릴 때에도 주의하는 것이 있습니다. 우선 회상으로 설명하고 싶은 것을 적어요. 나아가 회상 중에서 설명할 수 있는 것, 회상 전후에 설명할 수 있는 걸 나눕니다. 회상에 들어가서 이런 트라우마가 있었어요, 그 트라우마로 후회가 남아있다고 할 땐 '트라우마가 있었어요'는 회상 속에서 그립니다. 하지만 이런 후회를 하고 있다는 건 그후에라도 그리죠. 여기까지 정리해서 회상을 그려나갑니다. 회상에서 다 하면 템포가 나빠지기도 해요. 템포가 나쁘면 독자는 읽기 어려우니까 거기선 구분해서 사용하고 있습니다.

--회상 하나라도 독자가 읽기 편한지 생각하는 것이 중요하군요. 그 읽기의 용이함이 특히 필요한 부분이 있나요?

대사는 특히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소리내어 읽기 쉽도록 유의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대사를 쓸 때는 항상 대사를 입밖에 내요. 말로 해서 읽기 어려운 문장은 눈으로 읽어도 기분나쁘다고 생각중입니다. 대사는 독자가 반드시 읽는 요소라 대사는 기분 좋게 읽어주셨으면 좋겠어요.



독자의 마음을 읽어라!

--작품을 만들 때 베이스가 되는 생각은 무엇인가요?

독자가 궁금해하는 것을 의식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여러 사람의 대화를 그릴 때, 저는 대화 도입엔 캐릭터의 얼굴을 그립니다. 일반적으로는 '무대→서 있는 위치→얼굴'로 처음에 어디서 이야기하는지를 그릴 때가 많죠. 하지만 독자가 '누가' 다음에 '어디에서 이야기하는지'를 신경쓰는 경우도 있죠. 그래서 저는 '얼굴→무대→서 있는 위치' 순서로 그리고 있습니다.

--독자의 시선을 자신도 가짐으로써 객관적으로 판단하는 것이 중요하죠.

그렇죠. '뭔가 말하고 있네' 다음에 '어디서 말하는 거지?'가 오죠. 그래서 느닷없이 학교에서 말하는 프레임을 그려도 이야기에 몰입이 잘 안 될 수도 있죠. 독자가 무엇을 보는지를 철저히 의식한다. 이제 제 만화의 베이스 중 하나입니다.



첫 번째 독자는 바로 나 자신!

--마지막으로 프로가 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한말씀 부탁합니다.

아무튼 자신이 그 작품을 모르는 새하얀 독자로서 읽었을 때 그 전개에 납득할 수 있을지 생각해 주세요. 이거면 재밌겠다 싶을 때까지 그린다. 논리가 통하고 있느냐가 아니라 중요한 것은 재미있느냔 아니냐. 그 때문에 아까 말한 '잡기'라든가 세세한 테크닉이 있습니다만, 그건 전부 재미를 위해서 있다는 걸 잊지 말아 주세요!!

저작자표시 (새창열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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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설찬범

스토리만큼 장면도 생각해보자(히나타 타케시)

예술가들의 창작법 2021. 1. 9. 03:11

작가 : 히나타 타케시(日向 武史)

대표작 : 소라의 날개


만화가의 꽃길(주간 소년 매거진2017 년 14 호)



캐릭터 제작은 '고레인저 이론'! !

--캐릭터 만들기에 고민하는 신인이 많을 거라고 생각합니다만, 선생님은 어떤 것을 의식하고 계십니까?

고레인저 (비밀전대 고 레인저 ,1975)이론입니다. 전대 히어로 멤버들은 빨강 파랑 초록 노랑 이렇게 비슷한 색깔이 없잖아요. 만화캐릭터도 똑같이 하는 편이 더 잘된다고 느끼고 있습니다.

--각각 한 사람 한 사람에게 다른 캐릭터와 다른 개성이나 성격이 필요하다는 것이군요?

맞습니다. <소라의 날개>는 농구라서 팀은 우연찮게 5명이었어요. 그 5명 중에서 색이 겹치지 않도록 캐릭터를 만드는 것을 의식했습니다. 같은 팀에 비슷한 캐릭터는 필요 없거든요.

--캐릭터들이 작품 내 포지션, 역할을 각각 분담하는 거군요. 캐릭터의 '색 구분', 즉 다양성이 풍부한 캐릭터 만들기는 구체적으로 어떻게 하면 가능한가요?

상황을 먼저 설정하고 캐릭터가 어떻게 리액션하는지 생각해 봅니다. <소라의 날개>는 '아이가 강에 빠져 있다가 주요 캐릭터 5명을 마주쳤을 때 구한다는 것을 전제로 모두 어떤 행동을 할까' 하는 것으로 시작했죠. 주인공인 소라(쿠루마타니 소라)는 가장 먼저 뛰어든다. 그러므로 같이 빠집니다. 치아키(하나조노 치아키)는 물에 빠진 아이에게 언니가 있는지 물어보고 구한다. 토비(나츠메 켄지)는 관종이라 갤러리를 모은 뒤 돕는다. 모키치(시게요시 카나메)는 우물쭈물하고 있는 사이에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받고 만다. 모모하루(하나조노 모모하루)는 끝까지 돕지 않아요. 물에 빠진 사람이 자력으로 살아날 때까지 보고 있죠. 캐릭터는 설정이라든가 겉모습보다 어떤 리액션을 하느냐에 따라 결정되는 것 같아요.



캐릭터 만들기의 예술은 단점에! !

--그럼, 선생님은 <소라의 날개>의 캐릭터 설정이나 디자인은 어떻게 하셨나요?

기존의 농구 만화에 키 작은 3포인트 슈터가 없던 것 같아서 먼저 소라를 착상했습니다. 키가 부족하다는 게 소라가 캐릭터로서 지닌 가장 큰 포인트였던 것 같아요.

--장점뿐 아니라 단점도 생각하시는군요.

오히려 단점부터 생각했어요. 다른 캐릭터도 예를 들어 치아키는 기술과 센스가 대단하지만 빨리 못 달리죠. 도비는 기술 등 전부 괜찮은데 협동이 없죠. 모키치는 키도 크고 퍼펙트한데 체력이 없죠. 모모하루는 치명적으로 어설프죠(웃음). 다만 높이 날 수는 있고요. 그런 결점을 지닌 5명이 모여서 분위기가 고조되는 신이 됩니다.

--서로 서로 보완하는 고레인저의 팀 밸런스가 맞네요.

캐릭터 그리기에 있어서 의식하고 있는 점이라면, '서 있는 모습으로 캐릭터성을 전한다' 라고 하는 것이 <소라의 날개>에서 목표로 하는 것 중 하나입니다. 실제 농구선수 중에도 대단한 선수는 서 있기만 해도 몸이 발하는 아우라 같은 게 있어요. (중략)



스토리를 고민하기 전에 장면을 담아보자!

--만화를 그리고 있으면 스토리로 막혀 버릴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럴 때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이건 주간연재의 사고방식이라 신인분들과는 좀 다르겠지만...... 스토리가 생각나지 않아도 머릿속에 장면은 분명히 있을 거거든요. <소라의 날개>로 예를 들면 소라와 치아키가 주고받는 영상이라든가, 마도카와 소라의 좋은 신을 그리고 싶다 처럼. 그럼 그걸 제일 먼저 그리세요.

--스토리가 아니라 그림을 먼저 결정해 버리는 건가요?

그렇죠. 스토리에 막히면 머릿속 장면의 이미지가 희미하게 느껴지거든요. 씬이 머릿속에 있어도 거기서 캐릭터가 구체적으로 무얼 말하는지는 모르죠. 그리고 대사가 안 떠올라 이름을 그리는 손이 멈춰 있어요. 그렇지만 거기서 무슨 말을 하게 할까 계속 고민하는 것은 좋지 않아요. 그러니까 먼저 신부터 그려 버리고, 완성된 원고에 대고 '뭐라고 말하고 있는 걸까?'라고 상상하며 대사를 넣어가요. 그런 식으로 가끔 해요.

--그래서 한 번은 '이대로가 좋아' 라는 대사가 한 마디도 없는 회가 생겼다고 들었어요.

거기서 할 만한 대사가 딱히 없어도 통한 거겠죠? '이거 없어도 되겠다' 하는 식으로 대사를 하나씩 뽑았더니 결국 마지막까지 대사가 없어졌다는 회도 있었습니다.



상상력을 저장하자!!

물론 연재 초기부터 그런 만화 제작법을 하던 건 아닙니다. 역시 시간에 쫓긴 것도 있고요. 그리고 기본적으로 귀찮아하는 사람이라 머리에 팍 하고 떠오르는 장면은 그려두지 않으면 잊어버립니다. 그러니까 <소라의 날개>의 원고작업은 좀 특수해요. 다음주 분량의 매거진 원고 18페이지를 그리는 게 아니라 여러 회차의 다양한 장면을 동시에 그리고 있어요. 물론 베이스가 되는 페이지는 한화 한화 다 그리고 있습니다. 단지 그때 생각해내고 싶은 장면에 시간이 걸릴 것 같으면 배경을 먼저 어시스턴트 분이 그려두거나 합니다. 예를 들어 다이에이전에서 소라가 슛을 하는 좌우 양면이 있는데요, 그 페이지가 들어가는 회차 원고에 실제 착수하기 몇 달 전부터 그곳 배경을 그려주고 있습니다.

--그 좌우 양식 이미지 자체는 오래전부터 완전히 완성되어 있던 거군요.

네. 나중에 그리려고 갖다 놓으면 확 떠오르는 이미지가 사라질까 봐요. 그런 장면들이 잔뜩 스톡으로 있어요. 이런 만화 만드는 법은 사실 하나의 이상형이 아닐까 싶어요. 이건 어디까지나 제 개인의 방법이고, 스토리가 막혔을 때 해결책은 사람마다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설정부터 스토리를 완성해 나간다'는 것 말고 만화 만드는 방법도 있다는 건 기억하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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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설찬범

등장부터 확실하게(마시마 히로)

예술가들의 창작법 2021. 1. 8. 04:44

작가 : 마시마 히로(真島 ヒロ)

대표작 : 레이브, 페어리 테일, 에덴즈 제로


마시마 히로류 캐릭터 만들기 4가지 비법!!

(주간 소년 매거진 <만화가의 꽃길>)



비법 1 : 캐릭터는 임팩트!

--매력적인 캐릭터를 만들려면 어떻게해야할까요?

제가 조심하는 것은 캐릭터의 강렬한 임팩트가 작품을 읽은 후 남게 하는 것입니다. 이름이나 외모도 그렇고, 나츠처럼 스릴있는 캐릭터로 보고, 해피의 "사랑"이라는 대사처럼 그 캐릭터만의 개성적인 특징을 가지려면 어떻게 해야 좋을지 생각하고 캐릭터를 세울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그 캐릭터의 강한 개성이 「FAIRY TAIL」에서는, 한층 증폭 느껴집니다. 뭔가 궁리가있는 것일까요?

등장 장면을 간직하고 있습니다. 첫 등장의 임팩트가 중요하기 때문에요. 예를 들어 나츠의 첫 등장은 갑자기 차량에 취해있는 것으로부터 시작입니다. 약하다 생각했던 녀석이 사실 강했다라는 패턴이네요.

멀미에 약한 나츠를 등장시켜 독자가 흥미를 가지게 하고, 나중에 강한 장면을 보여줌으로써 나츠라는 캐릭터에 강렬한 인상이 나도록 했습니다.


비법 2 : 캐릭터의 "그림면"을 상상하라!

--마시마씨가 캐릭터 만들기에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저는 역시 그림일까요? 그림이라고 하는 것은 디자인이 아니라, 만화로 했을 때 캐릭터가 어떤 포즈를 취하고, 이야기에서 어떻게 움직이는가 하는 것입니다. 제가 캐릭터를 디자인한다면 서 있는 모습을 그릴 일이 없거든요. 여러 가지 포즈를 취하고, 프레임을 나누면 어떻게 될지, 이야기에 등장시키면 어떻게 정해질지를 생각합니다.


비법 3 : 독자의 감정을 잡는 캐릭터 만들기!

--읽는 이의 혈을 찌르는 것, 의표를 찌르는 것에 모두 능숙한 캐릭터가 많죠?

처음에는 내 마음대로 시작하는데 마지막으로 조정할 때는 이렇게 하면 독자들이 좋아하지 않을까, 이런 걸 하면 싫어할까 생각하다가 미세 조정을 합니다. 역시, 그게 제일이니까요. 그런데도 실제로 어떻게 평가되는지 모르기 때문에 어렵습니다.

--독자를 의식하고 하고 있는 일은?

나츠는 무슨 짓을 저질렀는지 모를 만큼 장난 아니고 건강한 캐릭터입니다.

나츠가 움직이면 독자에게 이녀석 성가시다 라든지, 재밌는 일을 했구나 라든지, 웃거나 놀라거나 하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에, 나츠의 행동을 독자가 모르게 하기 위해 작중에서는 나츠의 독백이 일절 들어가지 않도록 하고 있습니다.


비법 4: 우선, 자신의 가장 좋아하는 얼굴을 그리는 것

--외형에 특징을 주려면 어떻게 해야 합니까?

일단 자기가 그리는 최애 얼굴을 갖는 거예요. 거기에서 조금씩 얼굴을 망가뜨리고, 복장 등 여러 가지를 생각해 외형에 특징을 붙여가는 것입니다. 최종적으로는 루시처럼 헤어 스타일을 바꿔도 같은 캐릭터라는 것을 알 수 있도록 합니다. 저는 여자들의 바리에이션이 적어서, 조심하지 않으면 귀여운 여자들은 모두 같은 얼굴이 됩니다(웃음).

--대사에서 조심하는 것은?

인칭이라든지 말투라든지 신경 쓰고 있죠. 『FAIRY TAIL』의 등장 캐릭터는 2인칭도 전원 정해져 있습니다. 어미도 가급적 캐릭터에 따라 바꾸려고 의식하고 있습니다.

--한마디, 전체적인 조언 부탁드립니다.

게임이든 만화든 영화든 뭐든 좋으니 여러 매체를 접하시기 바랍니다. 소설책도 추천해요. 장면을 직접 이미지하기에 소설을 읽으면서 등장하는 캐릭터를 머리에 그려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영화나 드라마, 게임 등 시각적으로 들어오는 것도 자기 안에 넣어 보시기 바랍니다. 만화뿐만 아니라 다양한 매체에서 아이디어를 많이 얻으면 자신만의 캐릭터를 만들 수 있게 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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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설찬범

3차원 그래프로 캐릭터 만들기(타카하시 카즈키)

예술가들의 창작법 2021. 1. 7. 13:33

작가 : 타카하시 카즈키(高橋和希)

대표작 : 강Q초아 잇키맨, 투휘왕의 매, 유희왕


3차원 그래프로 캐릭터 만들기

(유희왕 문고판 6권 후기 中)


캐릭터를 창작할 때 참고하는 물건이 있습니다. 제가 고안한 삼차원 그래프입니다만 이번에 그걸 보여드리겠습니다.


최고레벨 5 (Lv.0이 보통 사람급)
타애<->자기애
자제심<->전파
무욕,무집착<->강욕,집착
이건 어디까지나 작자인 제가 생각한 각 퍼스널리티 분포도에 불과합니다.

여러분이 캐릭터를 어떻게 생각하는가는 사람마다 다를지도 모르지만, 그 생각한 대로 분석하는 것도 재밌을지도요. 이리 보면 제 만화에 등장하는 악역은 자기애가 강하고, 집착심에 빠져, 욕구가 크고, 가끔 전파적인 성향으로 보입니다. 의외로 저희 인간들에게도 맞는 표일지도 모르겠네요.

삼라만상, 이 세계에 존재하는 모든 것들은 상반되는 두 가지 성질로 만들어졌다고 합니다. 빛과 어둠, 겉과 안, 선과 악, 하늘과 땅, 그것들은 '유희왕'의 테마이기도 합니다. 사람이 가진 마음의 추도 여러 에너지를 받아 흔들려, 선으로도 악으로도 될 수 있는 겁니다. 이 세계에 중력이 있는 것처럼, 자제심을 가지고 사는 게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작가 지망생으로서 한마디

- 이외수의 <글쓰기의 공중부양>을 보면 음양오행으로 인물을 만드는 법을 추천하고 있다. 이외수는 그것을 거의 정답처럼 밀어붙이고 있다. 나도 몇몇 자작소설을 쓰면서 음양오행으로 인물을 만들어 보았고, 꽤나 만족스러웠다. 음양으로 나타낸다면 사람은 여성적/수동적인 음과 남성적/능동적인 양으로 두 가지다. 오행으로 나타낸다면 다섯 가지다. 음양과 오행을 조합하면 인물상이 10가지 나온다. 물론 같은 음양오행에도 여러 가지 디테일을 붙이면 그 수는 거의 무한하다.


- 타카하시 카즈키가 말하는 3차원 그래프는 이보다는 더 수학적이다. 여러 성격 지수를 정해놓고 어느 쪽으로 더 쏠렸는지 정하는 것이다. 최하레벨 0이 보통 사람급인 것이 흥미롭다. 만화다 보니 조금 극단적이고 튀는 인물이 필요해서 최저레벨을 일반인으로 한 것이 아닐까 싶다. 소설가로서는 일반인에 가까운 0을 가운데에 놓고 -와 +로 놓는 것도 괜찮을 것이다.


- '이 세계에 존재하는 모든 것들은 상반되는 두 가지 성질로 만들어졌다고 합니다.' 사실 이외수 이야기를 꺼낸 건 이 문장 때문이었다. 모든 것은 두 가지 성질이 섞였다는 이야기를 읽고 '음양'을 떠올릴 수밖에.


- 음양오행에 3차원 그래프를 도입하면 어떨까? 같은 음양오행에서 그 '강도'를 따로 정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양-목'에도 양기가 약한 사람, 강한 사람이 있다. 목이 약한 사람과 강한 사람이 있다. 한쪽만 강한 사람이 있고 둘 다 강하거나 약한 사람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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