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시오 에디피스의 유혹
카시오의 숨은 진주
카시오는 시계 팬들에게는 이름만 알려진 기업입니다. 군 입대 예정자에게는 방수시계 잘 만드는 기업이고요. 그나마 지샥으로 인지도가 있는 곳입니다. 카시오 시계 브랜드 중에서는 지샥이 제일 유명합니다. 오늘은 지샥보다는 덜 유명하지만 모르기엔 아까운 브랜드를 소개합니다. 바로 에디피스입니다.
레이싱을 소재로 한 시계
에디피스는 카시오에서 내세우는 다기능 크로노그래프 브랜드입니다.
크로노그래프란 시계 화면에 조그맣게 있는 시계 속 시계입니다. 요일을 표시하거나 스톱워치 기능을 수행합니다. 멋지기 때문에 몇몇 브랜드는 폼으로만 박아넣거나 그냥 인쇄(!)만 해놓기도 합니다. 에디피스 공식 홈페이지에서 설명을 보면 에디피스는 '지금 이 순간을 사는 사람들을 위해, 속도와 시간의 가치를 중시하는 시계'라고 합니다. 에디피스는 F1 레이싱을 콘셉트로 한 브랜드로, 실제 레이싱 스폰서를 맡기도 합니다.
에디피스의 눈물겨운 콘셉트 살리기에는 '타키미터'가 있습니다. 타키미터는 이동속력을 재는 일종의 속도계입니다. 어차피 실생활에서는 쓸 일이 없고, 레이싱을 할 때는 계기판을 보지 시계는 안 보니까 의미가 없습니다. 그래도 콘셉트를 살리려는 모습은 일관적이긴 합니다(모든 에디피스에 타키미터가 있는 건 아닙니다).
에디피스는 싼 모델이 10만 원 대입니다. 저한테는 10만 원도 저를 벌벌 떨게 만드는 금액이지만, 시계 세상에서 10만 원 정도면 거저나 마찬가지죠. 에디피스는 시티즌, 세이코 알바와 함께 저가 크로노그래피 메탈 라인에 속해 있습니다. 혹자는 에디피스가 오메가 스피드마스터 따라쟁이라고 주장합니다. 몇몇 모델은 솔직히 너무 닮았습니다. 그래도 스피드마스터는 기본이 100만 단위가 깨지는 시계라서 저에겐 에디피스가 유일한 '스피드 마스터'입니다.
사실 에디피스 디자인이 100% 맘에 들진 않습니다. 에디피스가 자랑스러워하는 그놈의 '크로노그래프'가 몇몇 모델에선 부담스럽습니다. 속도계를 표현하려는지 여러 색이나 그라데이션까지 줬는데 솔직히 부담스럽습니다. 하지만 크로그래프야말로 시계의 꽃이라고 생각하시는 분에게는 이것조차 아름다움이겠죠. 전 아닙니다.
카시오가 할 줄 아는 건
에디피스도 할 줄 안다
에디피스는 다른 '비싼' 카시오 모델들처럼 스마트폰 연동을 지원합니다(다는 아닙니다). 용두를 두 번 빼는 기능도 있습니다. 용두를 한 번 빼고 또 한 번 빼서 여러 수치를 조절할 수 있는 것이죠. 카시오는 이렇게 여러 기능을 충돌 없이 구겨넣는 기술을 '스마트액세스'라고 일컫는 모양입니다. 다기능 시계는 다른 회사에도 많습니다. 저야 뭐가 신기한지는 모르겠네요. 회사 차원에서 자랑하는 걸 보니 엔지니어들이 고생 좀 했나 봅니다. 아마 다기능을 '더 효율적으로' 수행하는 걸 스마트액세스라 부르나 보죠.
에디피스를 살 생각이라면
에디피스에서 제일 유명한 모델은 ECB-10D-2A일 겁니다. 이 모델은 일명 '에얄오크'라고 불립니다. 오데마 피게 사에서 만든 로얄오크와 비슷하다고 해서(특히 그 팔각형 베젤) 이런 이름이 붙었습니다. 몇 천 만원이 넘는 로얄오크에 비해 에얄오크는 비싸야 30만 원입니다. 인기가 있는 이유를 알 것 같기도 합니다. 누군가의 짭으로 인식되는 중저가 모델들의 현실도 알 수 있군요. 뭐 시계 업계에는 닮은꼴이 넘쳐나긴 합니다.
가장 싼 모델을 고르라면, EFV-C100D가 있습니다. 인터넷을 잘 뒤지면 10만원 이하로 살 수 있습니다. 에디피스치고 특이하게 크로노그래프 대신에 디지털 표시창이 있습니다. 제가 가지고 있는 지샥 모델을 떠올리게 하네요. 여기에 두꺼운 시계바늘까지 있네요. 이 모델은 돌연변이 에디피스인가 봅니다. 그래도 보세요. F-91처럼 10년 배터리를 달고 있습니다. 1) 돈을 아끼고 싶고 2) 크로노그래프가 부담스럽고 3) 오래 쓰고 싶은 분들께 추천드립니다.
신제품 라인업을 보니 EFS-S570D-1AUDF가 두드러집니다. 색칠한 크로노그래프가 없어서 깔끔합니다. 오히려 에디피스 특유의 디자인만 보다가 이걸 보니까 좀 허전하네요. 태양광 충전 시스템(터프솔라)은 마음에 들지 않지만 맘에 드는 분들도 계시겠죠. 슬림 케이스라 무게를 고민하는 분들께 더 어필합니다.
잊기엔 아까운 브랜드
카시오=지샥은 솔직히 맞는 공식입니다. 모든 공식에 예외가 있을 뿐이죠. 지샥만 꼽기엔 카시오에는 다른 브랜드도 있습니다. 오셔너스나 프로트렉도 유명하긴 하죠. 그래도 지샥 다음엔 에디피스라고 생각합니다. 사회초년생 여러분, 튀는 메탈을 원하시는 분들. 정장에 어울리는 메탈을 살 때 에디피스도 고려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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